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스태프에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마땅한 공연 스태프를 찾기가 힘듭니다. 구인란에 시달리고 있어요."

며칠 전 만난 국내 공연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공연업계에 몸담고자 하는 이들 대다수가 열정을 가지고 스태프로 입성한다. 그러나 업계 특성상 시간 외 근무가 다반사. 힘든 일상에 1ㆍ2년을 채 견디지 못하고 발을 빼는 경우가 많다. 역량을 쌓아 성장한 인재들을 오랜 시간 곁에 두며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싶은 제작사로서는 잦은 스태프 인력이동에 난감함이 뒤따른다. 그러나 악조건을 견뎌내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열정 부족만을 마냥 탓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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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문화예술정책의 일환으로 '문화기본법' '문화예술후원 활성화법'제정과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돼온 허울뿐인 예술인복지법에 대해서도 부분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문화국가'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현장 스태프를 위한 처우개선 문제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 못지않게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대로 널리 알릴 수 있는 공연 스태프들의 역량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의 역량 강화만을 외치기에는 처한 환경이 그다지 여유롭지 못하다. 최근 발표한 '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서도 나타났듯 문화계에 종사하는 3명 중 2명은 월수입이 한 달에 100만원 이하에 그치고 있다. 마땅히 누려야 할 4대 보험도 여전히 부분적으로만 시행될 뿐 아직도 안전판 마련은 요원한 상황이다. 권고안에 그칠 것이 아닌 표준근로계약서가 의무화되고 허울뿐인 각종 제도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이유다.

업계 스스로의 자성도 필요하다. 인지도를 확보한 아이돌 스타 혹은 배우들이 뮤지컬에 진출하는 모습은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들 중 일부의 개런티는 연극에서 수십년간 잔뼈가 굵은 주조연급 연기자들의 그것을 훌쩍 넘어선다. 전체 공연 기획예산의 상당수가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료로 쏠리다 보니 이 과정에서 스태프들의 처우와 제작 시스템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과도한 스타 마케팅에 따른 부차적인 재정 문제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 스태프들에게 넘어가는 경우다. 스타들이 지닌 티켓파워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완전한 균형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상대적 박탈감에 허덕이지 않도록 '쏠림 현상'에 대한 조정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훌륭한 콘텐츠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 위 주인공의 노고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대 뒤 음지에서 일하는 또 다른 주인공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과 실질적인 제도적 뒷받침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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