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쩨쩨한 특융(사설)

제일은행에 대한 한국은행의 특융규모가 1조원, 금리는 8%로 결정됐다고 한다.정부가 금융시장 안정대책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제일은행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도 지원규모를 못박지 않고 어물어물 하더니 1조원으로 결정한 것이다. 당초 예상했던 2조원에서 절반으로 깎였다. 금리만 8.5%에서 8%로 다소 낮아졌다. 특융인지 아닌지 가늠하기 어렵다. 특융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작고 금리가 높다. 너무 쩨쩨하다. 이 정도로 경영위기의 제일은행이 경영을 정상화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제일은행을 살리자는 특융인지 생색내기인지 분간 할 수가 없다. 제일은행으로서는 겉으론 감지덕지할지 모르나 코끼리 비스킷이어서 속앓이를 하고 있을게 분명하다. 정부의 선택은 때늦은 데다가 화끈하지도 못하다. 정부 당국자가 주장해온 대로 「원칙」을 고수, 특융을 하지말고 은행도 경영을 잘못하면 망한다는 본보기를 보여 주든지, 그렇지 못해서 지원하기로 했으면 특융다운 특융으로 화끈하게 도와 이른 시일안에 경영 정상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옳다. 제일은행의 부실화는 이미 제일은행만의 문제가 아닌 상황으로 확대되었다. 잇단 대기업 부도는 은행부실로, 은행부실은 다시 금융 불안과 대외신인도 추락으로 확산되었다. 금융·외환시장·증시 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현실 상황이 악화되어 가는데도 시장원리를 내세워 기업과 은행의 문제에 간여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정부가 뒤늦게 금융위기 진정책으로 내놓은 지원이 고작 언발에 오줌누기 정도다. 물론 특융에 문제가 없지는 않다. 특혜시비에 물가 부담도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대란설까지로 번지고 있는 금융불안의 확산 차단이나 대외신인도 회복이 더 시급하고 무거운 과제다. 미지근하게 대처해서는 효과를 얻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 것이다. 정부도 고집해온 원칙을 스스로 깼다. 은행측이 자구계획도 약속했다. 그러고서도 더 움츠리고 눈치 볼 일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다. 어물어물하다 더 큰 화를 부르고 그때가서 또 찔끔찔끔 실기한 대책을 내놓을 셈인가. 가래로 막을것을 불도저를 동원해야 할 사태가 올지 모른다. 정부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책선택을 제때에 해야한다.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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