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사법정의도 좋지만…"

"사법정의도 좋지만 우선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4일 오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수감된 서울남부구치소가 재판부에 김 회장의 구속집행 정지를 건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재계 관계자가 내뱉은 하소연이다.


구치소 측은 현재 김 회장의 건강 상태가 매우 나쁘고 자체 진료시설로 응급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구속집행을 정지해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회장은 최근 공판에서 예전보다 얼굴과 몸이 많이 붓고 눈을 잘 뜨지 못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한화그룹 측은 "김 회장이 5개월의 수감생활로 지병인 우울증이 악화된 데다 체중이 25㎏나 늘어나면서 당뇨와 호흡부전 등을 앓고 있다"며 "증상이 더욱 악화되면 저산소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고 폐렴과 패혈증 등에 따른 돌연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배임혐의 등으로 징역 4년에 벌금 5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기업 총수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도 드물지만 법정 구속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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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당시 판결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재판부의 사법정의가 되살아났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재벌개혁의 '희생양'이 됐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두 해석 모두 김 회장의 구속은 대선을 앞둔 경제민주화 바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었던 셈이다.

구속 이후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김 회장 측은 지난해 11월 재판부에 '피고인 방어권 보장과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그만큼 대선 정국 경제민주화의 벽은 높았다.

물론 부의 편중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고 대기업 총수라고 공정한 법 집행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대기업 총수라는 이유 때문에 불이익을 당해선 곤란하다. 어떤 피고인이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온전한 상태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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