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이버 총회꾼' 극성

'사이버 총회꾼' 극성 코스닥등록업체인 S사 K과장. 홈페이지 주주게시판 관리자인 그는 요즘 '병정개미'란 필명을 사용하는 주주의 입을 막는데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병정개미'는 어디서 알았는지 회사 경영상태나 사업계획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고, 인터넷 사이트에 회사돌아가는 것은 물론 주가전망에 관한 글을 써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글에 따라 어떤 날은 주가가 춤을 추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K과장은 '병정개미'를 '사이버총회꾼'으로 분류해 특별관리하고 있다. '병정개미'처럼 요즘 사이버총회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 주총꾼의 무대가 주주총회장인데 비해 신종 주총꾼의 활동영역은 사이버공간. 회사 홈페이지의 주주게시판이나 증권정보사이트 종목게시판이 주된 활동무대다. 예전 주총꾼이 결산기에 반짝했던 것과 달리 이들은 1년 내내 활동하고 기업에게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사이버 4계절 주총꾼'으로도 불린다. 회사의 대우도 달라지고 있다. 금전 요구나 취직부탁 등이 주류였던 아날로그 주총꾼과 달리 디지털 주총꾼은 '정보'를 요구하는 게 대부분이다. K과장은 "실력이 떨어지는 일부는 간혹 금전을 원하기도 한다"고 귀뜀했다. '실력'의 잣대는 영향력이다. 주가 분석을 곁들인 신종 정보를 게시판에 올려 주가가 움직이면 일단 '사이버 고수'로 인정받는다. 사이버 꾼들은 이런 고수들 중에서 나온다. 회사로서는 골치 아픈 존재들이다. 특별관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사이버 꾼들에 의해 일반 투자자들의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회사를 겁주기 위해 나쁜 정보를 흘리거나 회사에서 얻어낸 내부정보를 먼저 활용해 주가 차익을 얻는다면 그 손실은 그대로 개미에게 전가되고 만다. 회사와 사이버 꾼이 결탁해 주가를 조작할 개연성도 얼마든지 있다. 사이버 꾼들의 주된 목표는 코스닥 업체나 제3시장 기업. 대기업은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의 임직원들이 '사이버 주총꾼' 역할을 맡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이 '유무형의 작전 소굴'로 전락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금감원은 인터넷 정보사이트를 검색하는 전담팀을 만든 데 이어 증권거래소도 새해들어 감시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수백종목에 걸쳐 실시간으로 등장하는 '사이버 풍문과 작전'의 수법이 치밀하고 유형도 갖가지여서 일일이 찾아내기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더욱이 데이트레이딩으로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사이버 마당과 작전과 연계점을 찾아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제3시장 업체인 J사 P부사장은 "정보 공유와 투자자 권익옹호기능을 맡아야 할 사이버 공간이 기업의 경영비용을 높이고 일반투자자들을 현혹시키는 상시 주주총회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일부 악덕 기업과 사이버 꾼을 가려내 일벌백계하지 않을 경우 경제ㆍ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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