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어 로마자표기법 개정 파장

국어 로마자표기법 개정 파장"글자 또 고쳐야하나 곳곳서 한숨" 정부가 4일 새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개정함에 따라 앞으로 도로표지판· 교과서·관공서의 문서 등의 영문 표기가 바뀌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국민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기존 표기법에 맞춰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던 인터넷 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바뀌었나=특수부호를 없애고 무성음과 유성음의 구별을 없앤 게 이번 개정안의 특징이다. 기존 로마자 표기법은 반달표(ˇ)와 어깻점(')이라는 특수부호를 사용함으로써 일반 국민은 물론 외국인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또 컴퓨터 자판에 없기 때문에 생략하기 일쑤였고 인터넷에서 정보검색을 할 때 불편을 초래했다. 또 종전 표기법은 한국인은 구별하지 못하는 유성음과 무성음의 차이를 표기에 반영했기 때문에 발음하기가 힘들었다. 이에 따라 새 표기법에서는 ㄱ,ㄷ,ㅂ,ㅈ이 말머리에 오든, 중간에 오든 G, D, B, J로 표기한다. ◇파장=당장 도로표지판·관공서의 문서·학교 교과서 등을 바꾸는 게 문제다. 일례로 건설교통부는 도로표지판 전체를 바꿀 경우 1,700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부는 노후·훼손 등으로 교체사유가 발생할 때만 도로표지판을 바꾸고월드컵과 국제회의가 열리는 주요 도시는 내년까지 바꾼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이것만 하더라도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로마자 표기법 개정시안」을 발표할 때부터 반발하던 일부 인터넷 업체들의 반대운동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들은 이번 개정으로 재산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청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도메인의 가치가 높던 「TAEGU.NET」 「PUSAN.CO.KR」 「KIMCHI.NET」 등이 대표성을 상실해 피해를 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도메인 사업자들과 도메인 등록을 대행해주는 웹호스팅업체들은 새로 도메인을 등록하려는 네티즌이 몰림에 따라 때 아닌 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나 「삼성」의 새 로마자 표기인 「WWW.HYEONDAI.COM」이나 「WWW.SAMSEONG.COM」은 아직 등록업체가 없어 어느 정도 상품성이 있다는 것이다. 관련업계는 2~3년만 일찍 개정안을 마련했더라도 도메인 분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한자병기를 위해 일부 도로표지판을 교체하고 있는데 이번 로마자 표기법이 바뀌면서 도로표지판을 다시 바꿔 달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 입력시간 2000/07/04 17:5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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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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