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과 정치자금

SK 불법 대선자금 사건이 이제는 5대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밤새워 기술개발하고 시장개척을 해도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데 대한민국 대표기업들이 검찰청에 왔다갔다 해야 하니 기가 막힌다. 모두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고 외치는데 왜 이렇게 한국에서 기업하기가 힘든가. 정치자금 사건이 나면 기업들은 `보험`이라고 한다. 특혜를 받자는 것이 뇌물이라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내는 돈은 보험이라는 말이다. 권력을 가지거나 앞으로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는 정치권에 기업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고백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뇌물이든 보험이든 정치자금을 주고 받고 해온 것이 수십년의 관행이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을 정치자금에서 해방시킬 때가 왔다. 전경련은 정치자금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정치자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제해결의 열쇠는 정치권이 쥐고 있다. 법을 바꿔야 한다. 기업은 어떤 명목으로든 직접적으로 정치권에 자금을 줄 수 없게 해야 한다. 대신 법인세의 1%를 정치자금으로 기탁하도록 하고 법인세를 낸 기업은 법인명의로든, 임원이나 직원 개인명의로든 정치권에 자금을 줄 수 없게 해야 한다. 법인세를 낸 기업이 직접 정치권에 자금을 주면 지금처럼 대가성이 있느니 없느니, 영수증 처리를 했느니 안했느니 따질 것 없이 모두 처벌하면 된다. 기업으로부터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은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최소한 10년 이상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모든 공직에 취임할 수 없게 해 사실상 영구 추방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수 있다. 법인세를 내지 않는 기업이나 개인은 정치자금을 낼 수는 있되 이를 받은 정치권은 48시간 이내에 선관위에 신고를 하고 그중 100만원의 기부금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개하도록 하면 된다. 이 정도의 조치가 없이는 정경유착의 먹이사슬을 끊을 수 없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기업들을 놓아줄 때가 됐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기업인이 “미친 듯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던 말을 기억한다. 이것은 기업의 절규이다. 나라의 성장엔진은 기업이다. 트랙을 질주해야 할 육상선수가 앞으로 뛰는 데만 전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기업이 정치자금 때문에 비자금을 조성해야 하고 검찰에 불려다녀야 하는 지금의 정경유착의 `생태계`를 혁명적으로 바꿔야 할 때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의 대선자금 사건은 우리나라의 고질병을 치유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다. 2003년을 기업 정치자금 해방의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 <원희룡(국회의원ㆍ한나라당)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