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보호막 없는 국내 증권투자자들


티 에스 엘리엇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는데 코스닥기업들에게 가장 잔인한 달은 3월이다. 상장이 폐지됨을 비관한 코스닥기업 '씨모텍' 대표이사의 자살사건으로 올해는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3월은 상장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이뤄지는 결산 공포의 달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9년 2월 이후 46개의 코스닥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감사보고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12개 기업도 같은 운명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퇴출 수와 비교할 때 약 3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또한 상장된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중국고섬'은 25일 거래가 정지됐다. 싱가포르에도 상장돼 있는 당사는 자회사의 회계부실 문제가 드러나면서 싱가포르에서는 21일부터 거래가 정지됐으나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하루 늦게 통보됨으로써 손실이 커졌다. '중국고섬' 사태 이전에도 우리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중국기업들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많이 하락한 상황이다. 2009년 4월에 상장된 '연합과기'는 상장된 지 5개월 만에 감사의견이 거절되고 5월에 상장된 '중국원양자원'은 편법으로 상장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왜 유독 코스닥기업과 중국기업에 문제가 많은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코스닥시장으로의 입성이 쉽고 투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네오세미테크'는 11개월 만에 퇴출되고 싱가포르에 이어 우리 증시에 2차로 상장되면서 약한 상장심사를 받은 '중국고섬'이 2개월 만에 문제가 되는 것 등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앞의 '씨모텍'의 경우 두달 전에 287억원의 증자를 하고 대한해운의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불과 한달 전에 866억원의 증자에 성공했다. 거래소, 주관증권사, 신용평가사들을 믿고 주식 공모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이들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이들 기관들에게 상장기업을 유치하고 증권발행 비즈니스를 획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을 믿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 돼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식상한 투자자들이 떠나고 나면 결국 본인들이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코스닥기업과 중국기업의 경우 상장요건, 회계감사, 공시활동 등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아울러 감독기관도 위 기관들이 투자자보호에 적극 나서도록 감독과 감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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