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미국의 위기, 유럽의 위기


지난 2008년 9월12일, 미국 언론들은 헨리 폴슨 당시 재무장관이 위기에 처한 리먼 브라더스에 정부자금을 지원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해 3월 인수자인 JP모건을 통해 베어스턴스에 300억달러를 투입한 후 폴슨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세금'을 탐욕스러운 월가에 지원했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바로 그 다음날, 리먼의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650억~700억달러의 지원이 있어야만 거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불과 하루 전 250억~300억달러면 충분할 것이라고 했던 데서 두 배 이상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또 다른 인수 후보였던 영국의 바클레이즈는 영국 내 증권 관련 규정의 문제를 들어 거래에서 발을 뺐다. 이런 와중에 리먼 브라더스는 결국 파산했고 금융위기의 본 막이 올랐다. 시장이 리먼의 파산 가능성을 염두에 둬온 만큼 합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기대는 산산이 깨졌다. 금융시장은 얼어붙었고 경제는 수직 낙하했다. 그리고 불과 이틀 뒤 미 정부는 AIG에 850억달러를 지원했다. 위태롭던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로 인수됐다. 금융기관들을 지원하기 위해 7,000억달러의 기금(TAEF)도 마련해야 했다. 리먼이 파산한 지 꼭 3년 만에 세계는 다시 금융위기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진앙지는 유럽이다. 그리스 등 작은 나라에서 시작된 유로존 국가들의 채무위기는 스페인ㆍ이탈리아 등 유럽 3,4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옮겨 붙었다. 금융위기는 자기발전적이다. 한 국가가 디폴트 위기 징후를 보이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해당 국가는 채권발행을 위해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재정부담은 가중되고 국가 디폴트 위험이 다시 높아지기 마련이다. 미국의 FRB에 해당하는 유럽의 기구는 유럽중앙은행(ECB)이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최근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의 국채 매입을 재개하는 등 시장안정을 위해 ECB의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의 국민은 자기 분수에 넘치게 돈을 써온 '불량국가'들의 지원에 대해 반대한다. ECB의 채권 매입에 회의적이었던 독일 출신의 위르겐 슈타르크 ECB 이사는 사임했다. 유로존 차원의 지원에 앞서 이들 국가가 대대적인 긴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버냉키 의장은 2008년 10월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가 리먼 파산을 막을 수 있었더라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있었고 막대한 구제금융이 필요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유럽이 역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세계는 노심초사하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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