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업에 새 활력… 나는 高卒이다

적극 채용했던 은행권 "조직 새 바람" 긍정평가 대기업도 잇달아 늘려<br>"고용구조 확 바꾸려면 학력-급여격차 해소 등 체계적 지원 나서야"

(사진 아래) 우리은행이 7일 서울 회현동 본점에서 은행권 최초로 연 고졸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여고생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조영호기자


막상 뽑고나니 고졸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기업에 새 활력… 나는 高卒이다적극 채용했던 은행권 "조직 새 바람" 긍정평가 대기업도 잇달아 늘려"고용구조 확 바꾸려면 학력-급여격차 해소 등 체계적 지원 나서야"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사진 아래) 우리은행이 7일 서울 회현동 본점에서 은행권 최초로 연 고졸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여고생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조영호기자










고졸 은행원은 사실 잊혀진 존재였다. 외환위기 이후 대학진학이 늘면서 일선 영업점 창구에서조차 고졸 출신은 드물었다. 고졸에게 금융회사와 대기업은 '꿈꾸기도 힘든 신의 직장'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미풍에 그쳤던 고졸채용 바람이 올 들어 거세게 불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힘겹게 들어갔더라도 '미약한 존재'로만 알았던 이들이 생존을 위해 '미친 듯이'뛰면서 기업의 새로운 활력소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고졸만 200명을 채용하기로 한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은 "막상 뽑고 나니 실력이 정말 뛰어났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연수는 물론 업무에서도 정말 열심히 한다.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넣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 은행은 결국 당초 수십명만 채용하려던 계획을 바꿔 채용인원을 200명으로 대폭 늘렸다.


일찌감치 고졸채용에 적극적이었던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특성화고 졸업을 앞둔 학생 중 취업과 진학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취업으로 방향을 바꾼 학생들을 뽑아 교육을 시켜보니 웬만한 대졸 출신보다 더 열정적이고 실무에 능했다"고 평가했다. 고졸채용 시기를 하반기가 아닌 상반기로 앞당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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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채용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받은 학력우선 문화를 깰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자 대기업의 고졸채용도 빨라지고 규모도 늘고 있다. 30대 그룹은 올해 3만7,000명의 고졸을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6.9% 증가한 것. 한화그룹의 경우 이날부터 1,200명에 이르는 고졸 신입사원 채용에 들어갔다. 삼성도 9,000명의 고졸을 채용할 예정이고 ▦현대자동차 2,200명 ▦포스코 3,100명 등 대규모 인원이 고졸로 채워진다.

물론 고졸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많다. 무엇보다 '양적확대'에서 '질적개선'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패러다임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채용-임금-직무배치-훈련' 등 종합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력차별의 벽을 최소화하거나 대졸자와의 승진ㆍ급여 등의 격차를 줄이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또 사내대학이나 야간대학 진학 등도 더욱 활성화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취업에 방점이 찍힌 전문계 고교마저 대학진학률이 71.1%(2010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학력 인플레이션이 만연한 상황에서 고졸채용은 덫에 빠진 고용구조에 하나의 해법이 된다"면서 "고졸채용이 우리 기업의 인사문화에 착근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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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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