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의회에 발목 잡힌 서울시 금융허브 전략

입주사에 보조금 지원 조례 제정… 상임위 "예산 낭비" 심의 거부

치열한 경쟁 홍콩은 파격 혜택… 무산땐 마땅한 유인카드 없어

외국 금융사 유치 차질 불가피


서울시가 해외 금융회사를 유치하기 위해 서울에 신규 진출할 경우 최대 10억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려던 계획이 서울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매년 금융산업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서울시로서는 보조금이라도 줘가며 외국 금융사를 유치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의회에 발목이 잡혀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외국 금융사가 서울 여의도 금융중심지 등에 신규로 법인이나 지점을 설립할 경우 전산시스템 등 시설설치보조금을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의 '서울시 금융산업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시의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서울시는 이번 시의회 정례회에서 조례가 통과되면 실제 보조금 지급은 2016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원회인 기획경제위는 "예산낭비"라며 심의 자체를 거부해 상정 여부가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다. 반대 시의원들은 "돈을 잘 버는 외국 금융사에 왜 예산을 지원하느냐" "급하게 예산을 써야 할 사업도 많은데 굳이 금융사 유치를 위해 예산을 써야 하느냐" 등의 이유를 들어 심의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의원은 일본계 자금이 국내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상황에서 대부업 자금으로 인수한 저축은행이 여의도에 입주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게 되면 일본의 조직폭력인 야쿠자를 돕는 결과가 된다는 다소 황당한 반대이유를 제기해 관계자들을 실소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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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조례 제정이 뜻밖의 암초를 만나면서 서울시의 외국 금융사 유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는 금융지구로 지정돼 있지만 수도권 과밀규제로 인해 조세특례 적용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다. 이 때문에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이 법인세를 낮춰 외국 금융사를 적극 유치하고 있지만 서울은 유치 카드가 없어 뚜렷한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은 부산에 비해서도 유치 조건이 뒤처진다. 부산 문현금융지구의 경우 국내외 금융사가 입주하게 되면 건물과 부지매입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는 입지보조금을 50억원 지급하고 시설설치보조금 10억원도 추가로 지원하고 있지만 서울은 보조금 조례 제정이 불발되면 해외 금융사 유치를 위한 카드가 전무한 상황이어서 유치작전에 애를 먹을 게 뻔하다.

시의회가 굳이 10억원 규모의 보조금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것은 빠듯한 예산문제도 한몫하고 있다. 예산이 넉넉해 자치구 사업추진에 문제가 없을 때는 시빗거리가 되지 않지만 재정이 빠듯한 상황이 되자 한 푼이라도 더 자치구 사업에 끌어들이기 위해 당장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 금융허브 전략과 같은 장기과제 예산은 계속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외국 금융사들이 요구하는 각종 규제완화나 세제와 관련해서 권한이 없는 만큼 그동안 유치활동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당장의 사업성과보다는 미래세대를 위한 성장동력산업으로 금융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를 생각하면 보조금 지급 조례와 같은 제도적 기반마련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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