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 가운데 한 홀에 기준타수보다 1타정도를 더 치는 보기 플레이어는 과연 우리나라, 아니 전세계에서 몇 %나 될까.대부분 골퍼들은 실력을 물어보면 「보기 플레이어」라고 답한다. 골프를 시작한 지 몇개월이 지나면 너나할 것 없이 보기 플레이 정도한다고 말하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자주 듣고 본다. 곰곰 생각해보면 그 이야기는 아마도 완전한 보기 플레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두번은 보기 플레이를 해 본 적이 있다는 말이 아닐까하고 생각된다.
사실 진정한 보기 플레이어는 극히 적다.
그러나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보기 플레이어가 아니면서 왜 보기 플레이한다고 하느냐」고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스코어를 따질 때 말하는 「보기」가 아니라 우리 골프장의 모과나무에 얽힌 「보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뉴서울골프장의 남코스 6홀과 북코스 14홀 그린주변에는 모과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모과나무는 6월에 꽃이 피고 가울에 열매가 노랗게 익어 그린주변에 가면 물씬 풍겨오는 모과향 때문에 아주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런데 견물생심이라 샛노랗게 익은 모과를 보면 골퍼들 대부분은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클럽을 던져가며 모과를 서리해 가곤 한다.
그래서 모과나무에 「보기만 하세요」라는 조그만 팻말을 걸어 놓았다.
그런데 이 팻말이 가끔씩 골퍼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모양이다. 이따금 『보기만 하라니, 나는 싱글인데』하면서 기분 나쁜듯 얼굴을 찌푸리고 지나가는 골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골퍼들도 다음 홀에서는 반드시 모과나무에 걸려 있는 「보기만 하세요」라는 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그 「보기만 하세요」라는 말을 비웃다가 더블보기, 트리플보기를 하기 때문이다.
모두들 공감하겠지만 골프라는 운동은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치는 까다로운 운동이며, 겸허한 마음으로 매 샷에 최선을 다해야만 제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여하튼 토끼해인 1999년도는 우리 골프장 모과나무 팻말에 쓰인 「보기만 하세요」를 지킨다면 모든 골퍼들이 진정한 보기 플레이어가 되고 또 자연을 사랑하는 자연보호자가 되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