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기업들의 동남아시아 기업 인수합병(M&A)이 건수와 금액 면에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기업들은 지금까지 현지의 값싼 노동력을 노리고 공장 등 생산설비 증설에만 역량을 집중했지만 이제 이 지역의 가파른 중산층 인구 증가 등을 감안해 금융업체 인수 등으로 해당 국가의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1일 마이니치신문이 M&A 자문사 레코후의 자료를 인용한 데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일본 기업의 동남아 기업 M&A 건수는 전년동기보다 36% 증가한 75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M&A 금액도 전년동기보다 약 10배 늘어난 7,500억엔(약 8조733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가별로는 태국이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베트남 14건, 싱가포르 12건, 인도네시아 11건이었다. 반면 올 들어 10월까지 일본 기업의 중국 기업 M&A는 전년동기 대비 46%나 줄어든 20건에 그쳤다.
일본 기업들이 동남아를 정조준한 것은 최대 경제 파트너였던 중국과의 관계가 계속 얼어붙어 있는 탓이다. 양국 관계는 새 지도자가 들어선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못할 정도로 싸늘하다. 양국관계 경색에 일본 기업들은 중국 내 반일감정 혹은 추후 나타날 양국 간 갈등으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로 중국 기업 M&A를 주저한다는 것이다.
동남아로 눈을 돌린 일본 기업들은 현지에 공장을 세워 다른 나라로 수출하던 경영방식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자산 기준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도쿄UFJ는 태국의 아유타야은행을 5,600억엔에 인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태국의 급증하는 중산층과 정부의 내수진작에 따른 은행업 수요를 흡수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도 태국생명보험에 약 700억엔을 출자해 15%의 지분을 취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금융 등 내수가 주체인 일본 기업들이 동남아를 성장의 주요 발판으로 삼아 투자를 적극 집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동남아도 일본 기업과의 M&A가 고용을 창출하고 임금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어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고산 사무라이 연구원은 "임금수준이 낮은 미얀마와 라오스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생산거점 확보를 위한 M&A가 예상되고 인구ㆍ소득 증가세가 빠른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는 금융ㆍ소비 관련 M&A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