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여사는 21년의 가택연금에서 풀려나 지난 4월 총선에서 야당을 이끈 거물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치 여사와 단독 면담을 가진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수치 여사가 긴 시간 동안 미얀마 국민을 위해 민주화와 인권 신장 등 여러 중요한 문제를 일관되게 지켜와 미얀마 변화의 시초를 열었다는 점에서 존경을 보낸다"고 강조했다. 이는 수치 여사의 민주화 투쟁을 높이 평가하며 존경심을 표시한 것으로 한편으로 이를 통해 양국 간 우호를 다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동시에 더 중요한 민주화를 함께 이룬 나라"라며 "미얀마에서도 민주화와 경제가 함께 발전하는 변화를 맞을 수 있도록 한국 국민이 깊은 관심을 갖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미얀마 내 민주화와 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한국도 지속적으로 동참할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한국이 29년 전 북한의 아웅산 테러로 미얀마에 악연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야당을 이끄는 수치 여사의 숭고한 민주화 투쟁 행보에 적극 동참, 양국 간 경제ㆍ통상관계를 복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주주의가 희생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했고 경제를 살리는 만큼 민주주의도 중요한 과정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소개하며 "미얀마의 민주화 과정이 잘 이행되면서 한국과 미얀마 협력이 보다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치 여사는 이에 대해 "한국과 미얀마는 서로 공통점이 많다"며 "그 중 하나가 정의와 자유, 번영 추구이며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양국이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화답해 두 사람이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수치 여사는 또 "이 대통령의 미얀마의 실상을 이해한 것에 크게 고무됐고 우리에게 큰 힘이 됐다"고 사의를 표했다. 미얀마 내 민주화와 인권증진에 한국이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또 한ㆍ미얀마 관계 발전을 위한 수치 여사의 지속적인 지지와 성원을 당부하고 수치 여사에게 한국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 이후 이 대통령은 양곤에서 진출 기업과 동포대표 오찬간담회를 열고 미얀마 진출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격려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전날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얀마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있는 북한과 국제 규범에 위반되는 거래를 하지 않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북한이 지도부가 바뀐 뒤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위협적 행태를 보이는 데 대해 미얀마가 관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정상회담에서는 논의된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비롯해 우리의 경제개발 및 민주화 노하우를 제공, 양국 간 우호증진 및 협력을 강화해나가자는 의견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