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무책임한 하이마트 대주주

유즘 유통가에서는 하이마트 인수합병(M&A)이 최대 화제다. 롯데ㆍGSㆍ신세계ㆍ현대 등 유통 대기업들이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최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매각을 주도하는 쪽 사정은 다르다. 하이마트 1대 주주인 유진그룹(31.34%)과 2대 주주인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17.37%)이 직접 나서지를 않고 지분율 8.8%로 3대 주주인 HI(H&Q와 IMM)컨소시엄이 매각 전면에 나서고 있다. HI 컨소시엄은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한 뒤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투자를 했고 지난 2009년에 권리를 행사해 8.8%의 지분을 확보했다. 하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현재가치로 1,700억원 정도니까 투자금은 이보다 적은 액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마트 연매출(3조5,000원)의 5%에 달하는 투자금으로 투자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간 경영권 다툼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매각작업을 지휘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두 회장의 감정의 골이 깊어질 데로 깊어지면서 중재자 역할을 하던 HI가 결국 M&A에서도 키맨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유 회장과 선 회장은 서로 만나지도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H&I가 양측을 오가며 만나서 매각과 관련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H&I 측이 이번 하이마트 매각에 최대 수혜자일 것"이라며 "지분율 8.8%로 투자 회사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은 재무적 투자자 세계에서는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가정(기업)의 가장(리더 또는 오너)이 집안의 대소사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밖으로만 돌 경우 가족들의 운명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집안일을 잘 아는 삼촌이 돌봐준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는 힘들다. 더구나 미래가 걸린 매각작업은 더욱 그러하다. 1,2대 대주주가 지금이라도 서로의 자존심을 접고 의견조율에 나서야 한다. 이들이 감정싸움을 계속하는 사이 하이마트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