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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주를 찾은 관광객은 1,200만명.
1,000만명을 돌파한 국내 대표 여행지 제주보다 200만명이나 더 방문한 최고의 관광지다. 물론 수학여행을 오는 학생들이 상당수라고는 하지만 1,200만명은 적지 않은 숫자다. 그래서 "경주여행을 가면 관광은 뒷전이고 사람 구경만 하고 온다"는 말이 나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봄ㆍ가을 수학여행이 몰리는 지금 같은 비수기에, 그것도 불국사ㆍ석굴암 같은 명승지에 가려진 곳들을 찾아가면 호젓한 분위기에서 찬란한 역사의 더께가 앉은 유물들을 여유 있게 구경할 수 있다.
▲감포 대본리 문무대왕릉
"내가 죽은 뒤 용이 돼 불법(佛法)을 받들고 나라의 평화를 지킬 터이니 나의 유해를 동해에 장사지내라"는 유언을 남긴 문무왕은 바다에 수장됐다.
문무왕은 죽은 후 능지탑 부근에서 화장된 뒤 감포 대본리 앞바다 대왕암에 유골이 안장돼 세계에서 유일한 바닷속 능으로 알려져 있다.
토함산 뒤쪽에서 발원한 대종천이 동해로 흘러드는 감포읍 대본리 앞바다에 서면 서너 무더기의 암초가 보이는데 이곳이 문무대왕릉이다. 대왕암은 바닷가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있는 길이 20m의 바위섬으로 사방에 인공수로가 뚫려 있고 가운데 조그만 수중못을 만들어 길이 3.6m, 너비 2.9m, 두께 0.9m의 화강암을 얹어놓았다.
문무대왕릉은 일출명소로도 유명해 아침마다 해맞이를 하는 인파로 북적거리는데 생선보다 과자에 맛을 들인 갈매기떼가 이들을 반긴다.
▲감은사지
감은사는 신라 문무왕(文武王)이 삼국을 통일한 뒤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절을 세우기 시작해 아들인 신문왕(神文王) 2년(682)에 완성했다.
신문왕은 죽어서도 용이 돼 나라를 지키겠다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동해의 대왕암(大王岩)에 장사 지낸 뒤 용이 된 부왕이 드나들 수 있도록 금당(金堂) 밑에 구멍을 만들어놓았다.
금당 앞에는 높이 13.4m의 장대한 삼층석탑이 동서로 마주보고 있다. 삼층석탑은 이중(二重) 기단 위에 몸체 돌을 올린 모습으로 처마 밑은 받침이 5단이며 지붕 위는 곡면을 이룬 통일신라의 전형적인 양식이다. 1959년 12월 서쪽 탑을 해체, 보수할 때 3층 몸돌에서 사리장치(舍利裝置)가 발견되기도 했다.
1996년 4월25일에는 동쪽 탑을 해체, 보수했는데, 3층 지붕돌의 상면 사리공에서 금동사리함(金銅舍利函)이 발견됐다. 경주에 있는 삼층석탑으로는 가장 거대하며 옛 신라의 외탑 중심에서 삼국통일 직후 쌍탑으로 변모한 최초의 배치를 보인다. 낮의 전경도 좋지만 조명을 받은 야경이 압권이다.
▲양남면 주상절리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양남면 주상절리 해변에는 고대 그리스 신전 기둥처럼 10m가 넘는 돌기둥들이 1.7㎞에 걸쳐 줄지어 누워 있다. 보는 이의 상상력에 따라 백두산 천지인 것 같기도 하고 여인네의 주름치마, 부채꼴, 꽃봉오리 등 다양한 형태가 떠오르기도 한다.
주상절리는 섭씨 1,000도 이상의 뜨거운 용암이 분출해 지표면과 접촉하는 하부와 차가운 공기와 접촉하는 상부에서부터 빠르게 냉각되면서 수축해 가뭄에 논바닥이 갈라지듯이 오각형 혹은 육각형의 틈(절리)이 생긴 형태를 말한다.
양남면 주상절리 1.7㎞ 구간을 트레킹할 수 있는 '파도소리길'은 구간별로 몽돌길ㆍ야생화길ㆍ등대길ㆍ데크길 등 해안환경을 고려한 테마로 조성돼 있다. 특히 등대길 구간은 파도·등대·주상절리의 자연경관을 출렁다리에서 동시에 감상할 수 있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무열왕릉
선도산자락에 자리를 잡은 무열왕릉은 사적 20호로 왕릉 중 드물게 피장자가 명확한 고분이다. 무열왕릉의 주인공은 진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왕위에 오른 김춘추로 후일 29대 태종무열왕이 됐다.
장식 없이 규모가 큰 신라 초기의 능으로는 마지막이라 할 수 있고 무열왕릉 이후에는 호석을 세우는 등 화려한 능 양식이 등장해 신라 왕릉양식의 분기점을 이루는 봉분이다.
왕릉 앞쪽에 무덤의 주인을 밝히는 비가 세워져 있고 머릿돌에 '태종무열대왕지비'라는 글자가 또렷이 새겨져 무덤의 주인이 확실히 밝혀진 능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비의 몸체는 사라지고 비석 받침돌(귀부)과 머리 장식돌(이수)만 남아 있는데 머리 장식돌 중앙 부분에 글씨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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