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셧다운' 고통 나누려 세비 반납한 미국 의원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된 후 세비수령을 거부하거나 기부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하원의장과 양당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참여 의원이 벌써 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공무원 80만명이 일시 해고되고 공공업무가 마비되자 고통분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런다고 국민의 불만이 누그러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할 일을 제대로 못한 데 대해 스스로 불이익을 자청하는 모습이 나쁘지는 않다.


미국 의원들의 세비반납은 이전에도 종종 나타났다. 지난 4월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 사태가 발생했을 때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고 올 초에는 일정 시점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급여를 아예 받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내놓았다. 경기침체가 정점에 달했던 2011년과 지난해에는 세비를 동결한 적도 있다.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래도 그 자체가 눈치를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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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의원님들은 어떤가. 경기침체와 국민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무려 한달 가까이 국회를 놀게 만들었다. 겨우 의사일정에 합의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정상회담 대화록과 기초연금 등을 놓고 서로 뒤엉켜 있다. 도대체 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누구 한 명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국민과 여론의 질책쯤이야 시간만 흐르면 해결된다는 배짱이다. 하기야 지난해 총선 때 국회의원 특권을 버리겠다며 세비 30% 삭감을 약속하고서 정작 법안에는 한 줄도 넣지 않은 걸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정치권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까지 하지 않는다면 정치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당장 정쟁을 멈추고 경제활성화와 민생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도 못하겠으면 국민 앞에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쇼라도 하시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원칙은 국회의원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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