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美 흑인대통령 영화처럼 현실화될까

리처드 기어등 할리우드 배우들 대부분 오바마 지지


중년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한 ‘로단테의 밤’에 나온 리처드 기어와 지난 3일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원들과의 인터뷰 내내 그는 미 대통령 선거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존 매케인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인기도가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후보로 선정한 뒤 상승한 것에 대해 “악몽이다”며 우려의 표정을 지었다. 할리우드는 민주당의 본향이나 마찬가지여서 대부분의 배우들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얼마 전 뉴욕 상류층 여자들의 생태를 풍자한 리메이크인 코미디 드라마 ‘여인들’에 나온 아넷 베닝을 만났을 때도 그녀는 “페일린은 매케인 보다 더 보수적인 여자”라며 못마땅해 했었다. 미국의 흑인대통령은 현실보다 영화와 TV에서 먼저 나왔다. 스크린 최초의 대통령은 어린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로 그는 1933년작 뮤지컬 코미디 ‘루퍼스 존스를 대통령으로’에서 불과 7세에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영화에서 흑인 대통령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다룬 것은 ‘맨’(The Man)이다. 여기서 미의회 상원임시 의장으로 나온 제임스 얼 존스는 대통령과 하원의장이 불의 사고로 죽고 부통령은 중병을 앓아 대통령이 된다. 비교적 최근 영화에서 흑인대통령 역을 사실적이요 늠름하게 표현한 배우가 공상과학영화 ‘딥 임팩트’에서의 모건 프리맨이다. 영화 ‘절대 권력’에서 외도하다 자기 정부를 죽인 백인 대통령 진 해크만에 비하면 프리맨은 위기에서 시민들이 믿고 의지할만한 대통령이었다. 코미디언 크리스 록도 오바마처럼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뛰었다. 그는 영화 ‘헤드오브 스테이트’에서 워싱턴 DC의 시의원으로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 그런데 이 영화의 DVD 부록에서 록은 “내 생애 흑인대통령을 보게 될지 알 수 없다”고 회의적으로 말한 바 있다. 미 사회학자들이 팝문화 매체에 묘사된 흑인대통령 중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꼽는 것이 폭스 TV의 액션스릴러 시리즈 ‘24’에서 데니스 헤이스 버트가 연기한 데이비드 팔머 대통령(사진). 그런데 팔머는 매케인이 가장 좋아하는 팝문화 매체 속 대통령이다. 반면 오바마는 영화 ‘경쟁자’의 백인대통령(제프 브리지스)을 좋아한다. 사회학자들은 헤이스버트가 보여준 근엄하고 위풍당당한 대통령 모습이 은연중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지명되는 길을 보다 쉽게 터놓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한다. 한가지 찜찜한 것은 팔머가 시리즈 제5회 시즌에서 암살당한 사실. 그래서 팔머의 동생 웨인 팔머가 형의 자리를 승계했다. 오바마에 대한 암살 우려는 그가 후보경쟁에 뛰어들면서부터 쉬쉬하면서도 얘기되어온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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