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정확한 개념을 모르겠어요. 관계 부처와는 사전에 상의가 없었습니다. 이제부터 이행계획을 만들어야죠.”
과천 관가의 한 공무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선언한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한 강연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선언에 대해 “일본이 20년 전부터 노력해오다 두달 전 발표한 내용인데 제목까지 똑같아 상당히 놀랐다”며 “일본은 20년 전 나무를 심어 이제 수확할 준비를 하는데 우리는 나무도 안 심고 과일을 따먹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한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지난 1990년 3억톤이던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 약 6억톤으로 100% 늘었다. 정부는 오는 2030년 배출량을 약 10억톤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은 곧 에너지 사용량과 직결된다. 에너지 사용량은 경제성장과 동의어다. 즉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문제의 핵심은 우리의 경제구조상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 6억톤 중 약 40%가 산업 부문, 30%가 발전 부문, 20%가 수송 부문에서 나온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철강ㆍ석유화학ㆍ조선 등 에너지 다소비, 온실가스 다 배출 분야가 주력이다. 이들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강제적으로 줄인다고 하는 것은 곧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상당한 희생을 의미한다.
발전 부문의 감축도 쉽지 않다. 현재 발전량의 약 40%는 석탄발전으로 나온다. 발전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석탄발전을 줄여야 하는데 대체할 에너지원이 마땅치 않다. 원자력은 사회적 논란뿐 아니라 건설기간만도 약 10여년이 걸린다.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꿀 수 있지만 너무 비싸 현실성이 없다.
일본은 6월 ‘후쿠다 선언’을 통해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를 14%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면 우리는 지금 단계에서 경제성장을 멈춰야 한다. 한 전문가는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대우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선진국과 동일한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씌우려는 것”이라며 “일본 등 선진국을 모방할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을 고려한 우리 식의 ‘저탄소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