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25일] 미국의 9ㆍ11과 한국의 11ㆍ23

지난 2001년 9월11일 아침, 미국 뉴욕. 알카에다의 비행기 자살 공격으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졌다. 이에 야당이던 민주당 측은 "미국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선언했다. 외부의 위협 앞에 정부와 여야 간에 즉각적인 공조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당시 뉴욕타임즈의 1면 톱 제목이 '미국이 공격 당했다'였던 것처럼 야당도 당장 책임 규명보다 국익을 위해 힘을 보태준 것이다. 미국인들도 즉각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조기를 내거는 등 똘똘 뭉쳤다. 2010년 11월23일 오후, 한국 연평도. 북한의 갑작스런 대포 공격으로 많은 군인이 죽고 다치고 민간인들도 큰 피해를 봤다. 한국전쟁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이 남측 민간 지역에 포를 쏘아댄 국지 전시상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후 야당이 '안보에 여야가 없다'며 신속히 장외투쟁을 멈추기는 했으나 우리 정치권의 모습은 초당적 대처와는 거리가 있었다. 우선 24일 국회 차원의 대북규탄결의안을 놓고"오늘 대북규탄과 재발방지 촉구안을 통과시키자(한나라당 등)" "남북 정부에 평화정착 노력 촉구까지 담아 내일 처리하자(민주당 등)"고 맞서는 등 진통을 겪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연평도를 방문해 피해상황과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주민들을 위로했으나 그렇잖아도 어수선한 상황에서 일단은 국회에서 차분히 초당적 대처에 주력하거나 현지에 가더라도 같이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이날 열린 국방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와 예결특위에서도 국회의원들 중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제안하거나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희생자에 대한 명복을 빈다"가 고작이었고 청와대와 군의 초기대응 미숙 등 책임논란에 집중했다. 물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정치권만 탓할 상황은 아니다. 우리 군은 천안함 때처럼 사전에 도발징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희생과 불신을 키웠다. 청와대와 정부도 아직까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의 대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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