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상인공단'의 존재 이유


지난 1월1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본격 닻을 올렸고 필자는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종전의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을 통합해 새로운 공공기관으로 창설된 것이다. 내년 1월부터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추가하면서 사실상 3개 기관이 하나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소상공인의 육성과 전통시장 등 상권 활성화를 위해 보다 체계적·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이다.


본부를 대전에 두고 광역시·도에 11개 지역본부, 그리고 전국 중소도시에 62개의 지역센터를 가지고 있다. 하나의 기관을 새로이 만드는 것보다 기존에 서로 다른 기관을 통합해 하나로 만드는 것이 훨씬 힘들다는 사실을 온 직원이 체험하고 있다. 각각의 인사시스템, 급여체계 및 조직문화가 다른 기관을 사업과 조직적으로 통합해 인력을 재배치하고 서비스문화를 혁신하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하나하나 성과를 이뤄가는 즐거움도 있는 만큼 고단한 통합의 과정도 기꺼이 즐기고 있다.

관련기사



그렇다면 공단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공단의 명칭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영문명칭은 'Small Enterprise and Market Service', 영문약칭은 SEMAS로 정했으며 국문 약칭은 '상인공단'으로 결정했다. 상인의 개념에 제조업자·가공업자 및 수리업자까지 포함한다. 동네슈퍼·미용실·세탁소·제과점·PC방·철공소·카센터·전통시장·노래방·대리기사 등 제조업 기준 종업원 10인 미만의 업체가 모두 소상공인 범주에 속한다. 다양한 업종과 상이한 영역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을 보듬고 이들의 고충을 해결하면서 정책 니즈를 만족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상인공단의 존재는 바로 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데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기관 비전을 '국민에게 사랑받는 세계 일류의 소상공인·시장서비스 기관'으로 정하고 전략과제와 실천계획을 수립·시행 중이다. 물론 모든 정책 사항을 기관장 혼자서 처리하고 결정할 수는 없다. 전 직원의 의견은 물론 전문가 회의, 이사회 및 국민 여론조사 등의 과정을 거쳤다. 필자를 포함해 전 직원은 1박 2일의 서비스 혁신교육 과정도 마쳤다. 그러다 보니 공단 발족 후 7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까지 필자가 만나고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 대부분이 소상공인들이다. 소상공인 지원 업무를 하면서 필자는 풍선 효과를 온몸으로 절감하고 있다. 마치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공단 조직을 통합해 가는 중에도 이런저런 갈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곤 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잘 소화하며 조직에 융합하려는 노력이 오늘도 상인공단에서는 펼쳐지고 있다. 어느 집이나 기관에도 문제 하나씩은 갖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풀어도 또 생기는 문제라면 문제 풀어가는 재미로 인생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직원들도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소상공인을 내 가족처럼 챙기고 보듬어가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