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亞 보유외환 적정논란 다시 '활활'

신흥시장에 달러화 대거 유입<br>韓, 지난달 3000억弗 육박 또 사상최대<br>日·中·싱가포르·홍콩등도 뚜렷한 증가세


오는 11일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외환보유액 한도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에 육박하는 등 아시아 주요국들의 보유 외환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에 따른 약달러 기대감으로 신흥시장에 달러화가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주요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현황'을 보면 지난달 말 한은의 외환보유액은 2,933억5,000만달러로 전달보다 35억7,000만달러 늘었다. 외환보유액이 집계된 지난 1971년 이후 최대치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2,700억달러를 넘어선 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환보유액 증가 원인은 달러화 약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자 아시아 각국이 자국통화의 급격한 절상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엔화 및 유로화 표시 자산의 달러화 환산가치가 오른 것도 주요 요인이다. 실제 일본ㆍ중국ㆍ싱가포르ㆍ홍콩 등 아시아 주요국들의 외환보유액은 올 6~7월 들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역시 3,0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무역수지도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한근 한은 국제국 차장은 "외환보유액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은 금융위기시 우리나라의 지급능력을 대외에 보여주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단기투기자본의 급격한 유ㆍ출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국가신용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과도한 외환보유액은 기회비용을 수반한다.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시중에서 달러를 사들이면 그만큼 원화 공급이 늘어나 물가에 부담을 준다.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원화를 다시 흡수하는 '불태화정책'을 쓰더라도 일정 부분 대가를 치러야 한다. 통화안정증권의 이자 지급액이 외환으로 사들인 미국 국채 이자율보다 높아 '역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이 달러화자산에 투자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은 외환보유액의 달러화 비중은 63.1%로 유로화ㆍ엔화ㆍ파운드화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금 보유비중은 0.03%에도 못 미친다. 이를 의식한 듯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18일 국정감사에서 "외환보유액의 전략적 다변화를 고려하고 있다"며 달러화 편중현상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한은의 외환보유액 다변화는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유발할 수 있어 녹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달러화자산의 비중 축소는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지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외환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미 국채 외에 수익성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는 등 다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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