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개점휴업 상태가 보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당정치ㆍ대의정치가 실종된 모습이다.
6월 임시국회는 산적한 민생현안에 뚜렷한 처방을 내놓지 못하는 '식물국회'나 다름없다.
6월 임시국회는 9일로 개회 14일째를 맞았지만 그동안 본회의를 열지 못해 단 한건의 안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매년 상반기 짝수달 1일에 자동으로 개회하도록 돼 있는 현행 국회법을 위반하며 6월을 불과 닷새 남겨둔 지난 6월26일 가까스로 개회됐지만 보름 동안 허송세월했다. 국회가 여야 정쟁의 볼모로 잡히면서 국회의원들은 입법 등 제 역할을 못하고 꼬박꼬박 세비만 챙기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당초 이날 외교통상통일ㆍ기획재정ㆍ국방ㆍ정보위 등 4개 상임위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저조한 회의참석 등 의원들의 불성실과 여야의 정파적 이해대립에 따라 국방위를 제외하고 3개 상임위 일정이 연기됐다. 특히 여야가 핵심 쟁점법안인 비정규직법과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아무런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힘겨루기만 하고 있는 시점에 상임위마저 제대로 열리지 못하자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국군부대의 레바논 파병연장 동의안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이 이날 자유선진당과 함께 소집한 외통위는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한나라당 의원 다수가 불참해 의결정족수에 미달함에 따라 안건처리를 오는 13일로 연기하고 산회했다. 이 과정에서 박선영 선진당 의원은 "집권당으로서 의결정족수조차 채우지 못하는 한나라당의 무책임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며 회의장을 퇴장했다.
재정위도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에 대한 전날 인사청문회 결과를 보고서로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측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회의조차 열지 못하고 보고서 채택을 역시 13일로 연기했다. 여야 의원들이 전날 청문회를 위해 이번 국회 들어 모처럼 자리를 함께했지만 이날 회의 연기로 빛이 바랬다.
정보위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사이버테러'에 대한 현황과 대책을 보고 받기 위해 이날 전체회의를 긴급 소집할 계획이었으나 국정원 측이 전날 사이버테러의 의심세력으로 '북한 또는 종북세력'을 지목하면서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로 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민주당 측은 "국정원이 아무런 근거 없이 북한과 종북세력을 사이버테러의 의심세력이라고 흘리는 것은 전형적인 새 북풍(北風) 시도"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국회가 고육책으로 15일 레바논 파병연장 동의안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및 윤리위원장 임명동의안만 처리하는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기로 한 것은 결국 그것으로 이번 임시국회를 마감하자는 뜻 아니겠느냐"며 "정쟁에 눈이 멀어 민생을 살피지 못하는 정치권에 국민의 혈세를 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이제 생각해볼 시점이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