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프리카 땅 수탈당하고 있다"

고용·인프라 확충 대가<br>외국투자자에 '무상임대'<br>FT보고서 "일방적 계약 바꿔야"


아프리카 국가들이 식량 및 천연자원 확보에 나선 해외 투자자들과 불공정한 계약을 맺어 토지를 거의 무상으로 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UN산하 기관인 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의 공동 보고서를 인용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고용과 사회기반 시설을 늘리는 대가로 헐값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토지를 임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이들 국가의 협상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영토들이 최소한의 지가만 지불되거나 아예 무상으로 넘어갔다"며 "고용 증가나 인프라 개발 계약 등을 맺긴 하지만 대부분의 계약에서 강제력이 부족해 사실상 토지 수탈에 가깝다"고 밝혔다. 실제 가나, 에티오피아, 말리, 마다가스카르, 수단 등지에서 최근 5년간 해외 국가와 체결한 농지 투자 계약은 영국의 전체 경작지 규모와 맞먹는 250만 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 네슬레는 지금까지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 이탈리아 국토 절반에 해당하는 1,500만 헥타르의 토지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지역에 농지를 매입할 목적으로 올 초 특별기금을 조성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수단, 에디오피아 등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사우디 기업 하드코는 이미 수단에서 연간 밀 6만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조인트 벤처 자나트는 아프리카에 4,000만 달러를 투자해 21만 헥타르의 농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중국도 천연 자원 확보를 목표로 아프리카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 2,000여개 기업이 진출해 있는 중국은 지난 2007년에만 인프라 투자 명목으로 45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가 아프리카 내 독재 정권의 금고만 채워주고 있고, 근로자 채용에 있어서도 자국민을 우대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실업난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계약 내용이 일방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농작지 대여 조건으로 내건 고용 창출과 기반시설 투자 등의 조항이 모호하게 처리돼 있는 데다, 토지증여 계약은 50년 혹은 99년 등으로 대부분 장기 계약이라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로렌조 코툴라 이코노미스트는 "계약 내용을 구체화시켜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이득이 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FAO의 자끄 디우프 사무총장 역시 "최근 아프리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개발 기회를 빙자한 토지 수탈"이라며 "신 제국주의(neo-colonialism)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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