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기업 위해 진실 숨기는 '전문가들'

거짓나침반- 거대기업과 전문가들은 어떻게 정보를 조작하는가<br>셸던 램튼ㆍ존 스토버 지음, 시울 펴냄


‘거짓 나침반’이라는 제목도 그렇지만 사실 이 책의 원제가 더 눈에 와 닿는다. ‘Trust us, We’re Expert!’. 한글로 번역하자면 ‘제 말을 믿으세요. 우리는 전문가니까요’쯤 된다. 거기다가 책 표지에 박혀있는 거만한 의사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담배를 들고 음흉한 웃음을 웃고 있는 의사에겐 이런 내용의 말 풍선이 달려 있다. “독극물은 여러분에게 유익한 것입니다.” ‘거짓 나침반“은 이렇게 자신의 직함을 무기로 특정 기업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호도하는 ‘가짜 전문가’들을 고발하는 책이다. 또한 이 책은 그런 전문가들을 고용해 여론을 조작하는 홍보전문가들과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들을 고발하는 책이기도 하다. 책에는 진실과 여론을 조작하는 전문가들과 이들의 배후 기업들이 등장하는 수많은 예시가 등장한다. 그런데 책에 등장하는 예들이 참 기막히다. 1993년 말 ‘오염에 반대하는 어머니들’이라는 단체가 플라스틱 우유병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 큰 지지를 받았다. 플라스틱에 접촉한 우유의 발암 위험성, 빛에 노출된 우유의 품질 저하문제,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문제 등 단체가 제기한 문제가 폭 넓게 공감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이 단체를 주도한 사람이 한 홍보회사의 사장이었고, 그가 우유 포장용 종이팩을 만드는 종이팩제조업협회를 위해 일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단체는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다. 설탕과 지방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공익과학센터’라는 비영리단체가 극장에서 판매되는 팝콘과 이탈리아 음식 페투치니 알프레도, 살이 안 찌는 지방으로 선전된 올레스트라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전국식당연합회는 홍보전문가들을 고용해 “과학의 과대망상을 이용한 야수“라며 이들 단체를 공격하고 이들의 논리를 반박하는 전문가들의 칼럼을 잇달아 실었다. 1960년대까지도 미국 내의 유력 의학 전문가들은 유연휘발유에서 배출된 납성분으로 촉발된 미약한 납중독은 인체에서 자동적으로 치유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런 기업, 전문가들의 모습이 우리에게 전혀 낯선 것도 아니다. 오직 밀가루 대량소비를 위해 “분식이 몸에 유익하다”라는 전문가의 충고를 수없이 들었던 것이 불과 30년전이다. 지금도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특정집단, 특정기업의 이익을 위해 온갖 필요한 정보는 흘리고 해가 되는 정보는 감춘다. 결국 이 책은 소비자들이 이런 전문가-기업-홍보전문가 커넥션을 꿰뚫고 이들의 홍보에 이성적으로 대응하기를 촉구한다. 소비자들이 구조를 직시하고 그들에게 ‘휘둘리지 말기를’ 부탁하는 것. 저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이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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