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돈줄 막힌 충무로에 '상생 바람'

배우들 출연료 낮춰 제작비 분담<br>제작사도 투자부담 분산돼 '윈윈'


제작비 가뭄에 허덕이는 충무로에서 제작사와 출연배우들 사이에 상생 바람이 불고 있다. 12일 영화계에 따르면 투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 제작중단 위기에 처했다가 배우들이 출연료를 깎으며 개봉할 수 있었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지난주 말 관객 150만명을 돌파하면서 배우들은 러닝개런티(관객 수에 따라 추가로 받는 출연료)를 받게 됐다.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인건비를 줄이는 고통분담에 동참하면서 제작한 이 영화의 경우 제작사는 투자부담을 분산하는 한편 배우나 스태프들은 제작중단 위기에 처한 작품을 구하는 윈윈 효과를 거둔 셈이다. 영화를 제작한 남현 그대사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당초 16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가 투자가 여의치 않아 제작이 무산될 뻔했는데 배우와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10억원에 영화를 완성했다"며 "배우에게는 러닝개런티가, 스태프들에게는 기존 인건비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이 인센티브로 제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478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올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역시 주연배우 김명민이 몸값을 낮추고 러닝개런티 계약을 한 사례로 꼽힌다. 김명민의 소속사인 마이엔터테인먼트 측이 제작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김명민의 몸값을 20% 정도 낮추는 대신 손익분기점인 관객 200만명을 넘기면 러닝개런티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한 것. 김명민은 영화가 성공한 데 힘입어 약 3억원의 추가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충무로의 이 같은 움직임은 특히 주연배우의 몸값이 전체 제작비의 30~40%에 이르는 국내 영화계의 현실에서 '상생' 방식으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그대사'의 경우 그동안 영화 제작사들이 구두로 '성공보수'를 약속했다가 수익이 나도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은 적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계약서상에 인센티브를 정확히 명시하고 돌려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 영화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은 "이 같은 시스템이 정착되면 스태프들 사이에 팽배한 제작사에 대한 불신도 해소하고 제작사로서는 위험을 분담해 좋은 영화를 더 많이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스템이 배우들의 무분별한 러닝개런티 계약이나 스태프들에게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배우의 '동기부여'를 위해 러닝개런티를 지급하는 경우도 '고통분담'인 것처럼 포장되는 경우도 있고 저임금에 시달리는 스태프들의 인건비를 '고통분담' 명목으로 깎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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