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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방배중학교 뒤편으로 들어서 다소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형성된 주택가 끝자락에 닿으면 서리풀 공원을 만난다. 등산로입구에는 보기 드문 모양의 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앞에서 바라보면 다소 폐쇄적인 느낌을 주는 단독주택. 하지만 집 옆으로 난 등산로에 올라서서 바라보면 무릎을 치게 된다. '어떻게 이 땅에 이런 모양의 집을 지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집이다. 주택이 들어선 160㎡ 남짓한 땅은 수 년간 나대지로 남아있었다. 바로 땅의 모양 때문이다. 정방형이 아닌 삼각형 모양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집을 지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정방형으로 집을 지으려면 자투리 땅을 포기해야 하는데 이 땅들을 포기하기엔 또 땅이 너무 좁아진다. 오랫동안 방치돼온 이 땅은 2년전 이성란 씨의 눈에 띄었다. 도심이면서 풀과 나무가가 까이 있는 단독주택 부지를 찾던 이 씨에게 부지의 입지는 최적이었지만 역시 모양이 문제였다. 이 씨는 결국 오빠에게 이 집 설계를 맡기기로 했다. 이 씨의 오빠인 한울건축 이 성관 대표는 지난해 '숭실대 조만식기념관 & 웨스트민스터홀'로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 공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한 국내 최고 수준의 실력가. 서울시가 지정한 '특별 경관 관리 설 계자' 18명 중한 명이기도 하다. 특이한 것은 이 대표도 수 년 전 이 부지를 보고 '나중에 건축물을 지어봐야겠다'고 생각 했다는 점이다. 건축가의 욕심은 비슷한 것이 었는지 인근에 거주하던 프랑스인 건축가도 오래 전부터 이 부지에 집 지을 생각을 해왔다며 웃돈을 줄 테니 다시 팔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이 부지는 설계자에게 상상력을 요구했다. 더구나 이 부지 주변은 서리풀 공원을 향해있는 한면을 빼고 모두 4층 짜리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둘러싸고 있어 창(窓)을 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 대표 는 "이웃 주민들이 창을 통해 마주보지 않게 해달라고 해방어적으로 설계하게 됐다"고말 했다. 수 년간 버려져 있던 땅은 이 대표의 상상 력과 열정이 더해지자 평범한 주택가에서 보기 힘든 멋진 작품으로 재탄생 하게 됐다. 이 대표는 "건물이 완성된 후 일부러 집 옆의 등 산로를 걷곤 하는데 주민들이 '좋은 건물이 들어섰다'고 하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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