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공군비행장의 소음으로 고통을 당한 주민 3만여명에게 500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군비행장 소음과 관련한 역대 최대 손해배상 규모로 앞으로 유사 소송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임채웅 부장판사)는 수원비행장 인근 주민 3만784명이 소음 피해를 호소하며 낸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3만690명에게 480억원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소음으로 주민들이 신체적ㆍ정신적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 인정되며 전쟁 억지를 위해 전투기 훈련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소음이 80웨클(WECPNL) 이상이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웨클은 소음의 크기만을 나타내는 데시벨(db)에 항공기가 통과한 시간대별 가중치를 더한 개념으로 심야의 경우 낮시간에 비해 10배의 가중치가 부여된다. 현행법 상 80웨클을 넘으면 소음피해 예상지역, 90웨클을 넘으면 소음피해지역으로 인정하며 정부 관련부처에서 이주 및 방음 대책을 수립,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소음의 정도에 따라 배상액을 달리했다. 거주기간에다 80∼90웨클 지역 주민의 경우 월 3만원, 90∼95웨클 지역 주민은 월 4만5,000원, 95∼100웨클 지역 주민은 월 6만원씩을 곱해 위자료를 지급토록 했다.
다만 군 비행장 주변의 소음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1989년 이후 전입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비행기 소음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배상액을 30% 낮췄다.
현재 수원비행장 소음 피해를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한 주민은 서울중앙지법에만 8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일부만 소음 피해를 인정받아 승소할 경우에도 정부는 수백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임 부장판사는 "수원비행장은 인구가 밀집한 곳에 있어 다른 군 비행장 소송보다 원고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공군비행장 소음 피해 문제는 입법적 해결책을 도모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수원 비행장은 2차 세계대전 말 일본군이 건설했으며 한국전쟁 중 미군 공군기지로 사용되다 1954년 우리 공군에 넘겨졌다. 현재는 F-5E/F를 주력기로 운영하는 제10전투비행단 등 공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