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해 사료나 퇴비, 바이오가스 등을 생산하는 전국 240개 자원화시설 업체들이 원료로 활용할 음식물쓰레기가 없어 경영난 위기에 몰리고 있다. 버리는 양만큼 돈을 내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작년 6월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음식물쓰레기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세 업체들은 이미 가동률이 50%를 밑도는 등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9일 환경부와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전국 음식물폐기물 자원화시설은 작년 말 현재 24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140개는 민간업체다. 지난 2005년부터 음식폐기물의 직매립 금지와 해양투기 금지조치를 확대하면서 민간 자원화시설들이 급증했다. 자원화시설은 음식물쓰레기를 건조·가공해 사료나 퇴비로 만들게 된다. 음식물폐기물을 활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시설도 전국적으로 25군데나 된다.
하지만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음식폐기물 반입량이 급감, 자원화시설들이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적으로 하루 1만3,209톤의 음식물쓰레기 나오고 있는데, 이 양이 점점 줄고 있어 공장가동률도 덩달아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해 퇴비를 생산하고 있는 경기 고양시의 한 업체는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하루 60~70톤 처리했으나 올해 초 들어서는 15톤 정도만 처리하고 있다. 이 회사의 총 처리량은 하루 150톤 정도인데, 공장을 10분의 1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인근의 또 다른 업체는 음식물쓰레기 반입량이 20% 가까이 줄어 하루 234톤을 처리하는데 그치고 있다. 경기도 전체로는 총 24곳의 자원화시설에서 하루 처리할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양이 1,785톤이지만 지난해 9월 이후 하루 평균 1,400~1,500톤 수준으로 밑돌고 있다.
민간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자원화시설도 가동률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인천시의 경우 인천환경관리공단이 송도와 청라등 2개소에 음식폐기물 처리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송도는 가동률이 78% 수준에 불과하다.
관련법에 음식물쓰레기에 대한 명확한 처리규정이 없어 일부 소각처리되고 있는 것도 자원화 업체들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직매립만 금지돼 있고, 소각에 대해서는 별도 금지규정이 없어 일부 지방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소각처리하는 곳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하루 1만3,209톤 정도 음식물쓰레기 나오는데 이중 소각되는 양은 3%인 381톤에 달한다"고 말했다.
실제 하루 300여톤 정도의 음식폐기물이 발생하는 울산지역의 경우 50여톤은 하수처리장에서, 50여톤은 소각처리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울산지역 2개의 자원화시설에서 바이오가스로 재생산되는 데 활용되는 음식폐기물은 200톤에 불과하다. 부산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은 하루 778톤의 음식폐기물이 쏟아지고 있는데, 생곡 자원화시설에서 처리되는 양은 하루 100톤~120톤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100여톤은 인근 4개 소각장에서는 소각 처리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너무 많은 자원화시설이 들어서면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것도 영세 민간 자원화 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작년 중반 이후 음식물쓰레기양이 전반적으로 20% 가량 줄어들었다"며 "음식쓰레기 종량제 시행으로 각 가정마다 음식물을 버릴때 물을 짜서 버리는 등 최대한 배출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 자원화 시설들이 앞으로 생존하기 위해선 정부가 음식폐기물의 하수처리장과 소각장 처리를 금지하는 등의 완전 자원화 조치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