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1월 10일] 국민연금의 위기대처법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가 최근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가지수 떠받치기의 흑기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올해 들어서 널뛰기 장세를 보이다가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폭락세였다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기점으로 현재 1200선을 회복했다. 이 과정에 외국자본을 포함해 투자열기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시점에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이 종합주가지수 900선을 견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때 들어갔던 자금들은 그동안 손실을 부분적으로 상쇄하는 기능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적절한 시점에서의 투자였지만 국민연금 주식투자에 대한 논란은 있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논쟁은 새로운 건 아니지만 주로 주식투자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기보다는 주식투자 비중에 대한 것이었다. 주식투자를 대폭 늘리자는 공격적인 주장이 있는가 하면 기금의 일부만 안정적으로 투자하자는 주장도 있다. 국민연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장기투자에 적합한 자금이라는 점에 대해 이론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본격적인 소요가 향후 20년 후에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금융위기의 여파가 오래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현 시점은 미래를 위한 적정한 투자 시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2007년과 같이 시황이 좋을 때는 주식투자를 왜 하지 않느냐는 질타를, 올해와 같이 시황이 나쁠 때는 왜 주식에 투자했느냐는 비난을 받고 있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여론이 주식투자를 더 하라고 할 때면 투자비중을 낮추는 타이밍이고 투자를 하지 말라고 할 때는 투자를 더해야 할 타이밍일 때도 있다. 국민연금 투자결정이 여론에 따라서 움직이다 보면 결국 잘못된 투자로 귀결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결정은 투자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국민연금기금이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수익성과 안정성의 잣대만으로 투자할 수는 없고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은 독점기업이 공정한 시장질서를 어지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개념과 유사한 것이다. 호수 속의 고래로 표현되는 국민연금이 국내 금융시장을 마구 휘젓고 다니는 모습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단순히 중소 투자자 보호차원에서가 아니라 국민연금 자신에도 결코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23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기금이 단순한 기관투자의 의미를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됐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투자에서도 큰 손으로 부각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최대주주가 네덜란드 ING은행에서 국민연금으로 바뀌었다든지, 국민연금공단이 세계 주요 투자펀드운용사인 블랙스톤그룹과 20억달러 규모의 국내 공동투자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든지,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이 국민연금공단에 대우조선 인수 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기사는 국민연금의 위상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국민연금기금이 오는 2050년께에는 2,5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국내 채권위주의 투자가 한계에 부딪힌 것은 이미 오래됐다. 주식에 대한 투자와 해외투자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투자의 다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현재 기금운용 구조에서 전문성과 책임성, 그리고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와 독립적인 전문투자회사의 설립 등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장기적인 투자계획도 다시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논쟁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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