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미운 오리서 백조로 내수주 '화려한 비상'

음식료·유통 등 시련 딛고 상승행진… "하반기 주도주 떠올라"


5월이후 코스피 5% 하락에도
내구재·의류업종 10%나 올라 인플레 압력 줄고 환율 안정
글로벌 경기도 점차 살아나
견고한 실적 성장세 이어갈듯
서울시 강남구 소재 회사에 다니고 있는 최남영(가명ㆍ38)씨는 요즘 입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지인의 말을 듣고 지난 2009년 말 투자했던 KT&G가 올해 들어 줄곧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자동차ㆍ화학ㆍ정유주가 오르며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훌쩍 넘어서는 상황에서도 오르지 않던 KT&G 주가가 최근 크게 오르자 그는 요즘 주변에서 부러움의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최 씨는 "대부분이 강세를 보였던 올해 초 KT&G만 오르지 않아 당시에는 매도할까 했지만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생각에 팔지 않았다"며 "이 시기만 지나면 좋을 수 있다는 당시 지인의 말을 듣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때 천덕꾸러기로 취급받으며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추락했던 내수 종목들이 화려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식음료와 유통, 의류, 생활용품 등 종목들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하반기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며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내수주로 쏠리고 있다. 2010년 말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내수주, 이들의 부활과 앞으로 주도주로서의 부상 가능성을 짚어봤다. 그리스 재정 위기 등 국내외 악재로 국내 증시가 조정을 겪으면서 주도주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그 동안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화학, 정유 등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반면, 그 동안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있었던 내수 종목들로 시선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두 달새 코스피지수가 4% 가까이 하락했음에도 음식료, 유통 등 내수 관련 종목들은 꾸준히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자동차ㆍ화학ㆍ정유주를 대신에 내수 기반 종목들이 하반기 주도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부쩍 늘고 있다. 음식료와 유통, 식료품 등 내수주의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부터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6월30일까지 내구소비재ㆍ의류 업종의 주가 상승률은 무려 9.58%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5.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성장세다. 이외에 생활용품(5.11%)과 음식료ㆍ담배(2.05%), 유통(1.64%) 등 다른 내수 종목도 대부분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디스플레이(-20.96%), 에너지(-11.54%), 반도체(-9.93%) 등은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해 대조를 보였다. 종목별로 봐도 내수주의 선전이 눈에 띤다. 실제로 한세예스24홀딩스의 경우에는 무려 137.4%나 급등했고 진도도 54.13% 오르는 등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외에 영원무역(30.00%)와 대상(29.31%), 코오롱인더스트리(22.65%), 휠라코리아(20.00%), LG패션(19.25%), 한섬(16.63%) 등 의류와 식품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였고, 마니커와 롯데삼강, 삼정펄트, 한솔제지, 삼양식품, 롯데칠성, 한화타임월드, 남양비비안 등도 10%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내수주들이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그 동안 증시를 짓눌러왔던 악재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최근 들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원ㆍ달러 환율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해당 업종의 종목들이 전기전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감소함에 따라 앞으로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내수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여기에 환율이 안정되고 또 해당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보인 점이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을 중심으로 한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국내 내수주가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든 점이 내수주 상승의 트리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긴축재정을 끝낸 중국과 지진피해에서 빠른 회복을 보이는 일본에서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부문도 국내 유통주를 중심으로 내수주가 살아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줬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내수주가 상승곡선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국내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리스 사태의 종료로 유럽 위기감이 사라진 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며 소비가 늘어날 수 있고 또 환율 안정세와 곡물가격의 하락 등 주변 환경이 좋아졌다는 평가 때문이다. 정성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음식료주의 경우, 환율의 안정세와 곡물가격 하락으로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수익이 크게 좋아져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배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며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 수 있다"며 "가계경기가 좋아져 소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류를 중심으로 한 내수주가 오름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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