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에게 날씨와 기록은 별로 관계가 없는 모양이다.
궂은 날씨로 파행을 거듭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RBC 캐나다오픈에서는 3라운드도 채 끝나지 않은 시점까지 무려 7개의 홀인원이 쏟아지며 ‘홀인원 풍년’이 연출됐다.
이는 미국 PGA투어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1971년 이후 단일대회 최다 홀인원 신기록이다. 이전까지는 2004년 존디어클래식 때 나온 4개가 최다였다. 4개의 파3홀에서 모두 홀인원이 나와 이것 역시 진기록으로 남게 됐다.
이번 대회는 폭우와 천둥번개 등의 변덕스런 날씨로 중단과 속개가 반복됐지만 선수들의 눈부신 플레이로 박진감은 떨어지지 않았다. 나상욱(26)이 9언더파 63타로 1라운드를 시작한 데 이어 49세 노장 마크 캘커베키아(미국)는 2라운드에서 9홀 연속 버디로 투어 기록을 갈아치웠다.
앤서니 김(24)도 버디 행진을 펼치며 시즌 첫 우승의 꿈을 부풀렸다. 앤서니 김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의 글렌애비GC(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경기가 중단되기에 앞서 9번홀까지 4연속 버디 등으로 4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13언더파를 마크했다. 6개 홀까지 14언더파를 기록한 제이슨 더프너(미국)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를 달린 그는 이날 밤 재개된 3라운드 잔여 홀과 4라운드에서 우승 다툼을 벌였다.
나상욱도 11언더파 공동 9위에 포진해 우승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한편 현지의 관심은 마이크 위어(캐나다)에게 집중됐다. 3라운드 11번홀까지 9언더파로 공동 15위에 랭크된 위어는 4번홀(파3ㆍ200야드)에서 4번 아이언 티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이번주 7번째 홀인원의 주인공이 됐다.
위어는 정직함도 빛났다. 위어는 전날 2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세컨드 샷을 하려던 중에 볼이 움직여 자진해 1벌타를 받았다. 그러나 스코어카드 제출 직전 경기위원들로부터 결국 무벌타 판정을 받자 이튿날까지도 벌타 부과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무려 55년 만의 캐나다 선수 우승에 대한 홈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터였다.
골프규칙 18조2항b는 ‘인플레이 볼이 어드레스한 후에 움직인 경우(스트로크의 결과로 움직인 것이 아니다)에는 플레이어가 그 볼을 움직인 것으로 간주돼 플레이어는 1벌타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