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특수효과보단 한국적 영상미·내용으로 승부해야
| 심형래 감독의 '디 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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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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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美 영화시장 파고들기
초대형 특수효과보단 한국적 영상미·내용으로 승부해야
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위원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원 hjpark@koreatimes.com
심형래 감독의 '디 워'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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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미국에서 개봉한 심형래 감독의 '디워'(미국 제목 '드래곤 워즈')는 심 감독이 8년간 심혈을 기울여 해외시장을 노리고 미국 배우들을 기용, 영어대사로 만든 오락영화다. 영화는 미국내 개봉 한국 작품으로는 유례없는 2,277개 관에서
선을 보였으며 개봉 3주만에 흥행 수입 1,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화제를 일으키며 크게 히트, 이 곳 교포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그러나 기자의 기준으로는 B급 수준의 영화이다. 내용과 연출과 연기가 모두 허술하다. 미 언론들의 평도 좋지 않았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성공한 이유에 대해 심 감독의 애국심에 대한 호소와 자신의 그간 노고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읍소작전 때문이란 얘기가 있는 데 정말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화 보는 자세가 가히 희극적이라고 하겠다.
이무기가 닥치는대로 사람과 건물을 파괴하는 영화와 애국심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영화는 영화 자체로서 평가해야 한다.
심 감독이 미국시장을 노리고 한국의 기술로 대형 오락작품을 만든 뜻과 집념은 물론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심 감독은 영화 흥행의 승부수를 너무 특수효과에만 의존한 것 같다. 그리고 미국시장 첫 진출부터 한 번에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욕심을 낸 것 같다.
최근에 미국에서 개봉된 한국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다. 둘 다 대도시의 많지 않은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괴물'은 공상과학 내용과 가족 드라마를 잘 섞은 것이 주효했고 '봄, 여름… '은 한국적이면서도 인생유전이라는 인류에게 보편타당한 내용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묘사, 성공했다.
미국의 수준을 따라가기 힘든 초대형 특수효과 액션영화보다는 '봄, 여름...' 같이 한국적이면서 모든 사람이 공감할 내용의 영화로 미국시장을 파고 들어야 한다.
미국인들은 자막있는 영화라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미국서 상영되는 외국어 영화는 100만 달러가 빅히트 선이다. '디워'가 1,000만 달러를 벌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했다고 볼 수 없고 작품성 있는 영화가 100만 달러 흥행수입에 그쳤다고 실패한 것도 아니다.
영화 선전과 마케팅 비용 그리고 프린트 비용 및 배급사와 극장측이 서로 수입금을 나눠 먹는 것등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해 손익을 따져야 한다.
한국이 2007년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으로 출품키로 한 '밀양'은 소규모 멜로드라마인데 이를 본 동료 미국인 비평가들이 모두 칭찬을 했다. 전도연이 칸영화제서 주연상을 받은 데다가 비평가들의 좋은 입소문을 듣고 있어 미국 시장에 한 번 내놓을 만한 영화인 것 같다.
미 비평가들과 영화광들은 이제 한국영화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동차와 휴대폰 등 한국산 상품들이 미국시장에서 잘 팔리듯 한국 영화도 미국 제작사와 공동제작 및 스튜디오와의 관계 개발 등을 통해 미국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미 쇼 박스는 폭스와 협력 계약을 맺었고 미국에 지사를 차린 CJ 엔터테인먼트는 첫 작품으로 한국계 마이클 강이 감독한 '웨스트 32가'를 완성했다. 또 얼마 전 한국영화진흥위가 한국 영화의 미 진출을 위해 LA에 지사를 차린 것도 고무적 현상이다.
최근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는 멕시코의 3총사 감독 알폰소 쿠아론과 기예르모 델토로 및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의 미 진출 성공을 예로 들면서 한국의 뛰어난 영화인들의 미 진출도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미 봉준호와 김지운 감독 등은 미 최대의 연예대행업체 CAA와 계약을 맺었다. 이들 외에도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등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감독들이다.
한국 배우들도 아시아를 너머 미국등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몇 년 전 박중훈이 미국 메이저영화 '찰리에 관한 진실'에 출연했고 비는 '매트릭스' 시리즈를 만든 와초우스키 형제 감독의 액션물 '스피드 레이서'에 나온다.
그리고 미 연예대행업체 엔데버의 고객인 이병헌은 미ㆍ프랑스 합작 미스터리 스릴러 '나는 비와 함께 온다'에서 조쉬 하트넷과 공연한다. 이밖에도 전지현은 '지안나전'이라는 예명으로 일본을 무대로 한 흡혈귀 영화 '피: 마지막 흡혈귀'에 출연한다. 한국판 지이 장과 켄 와타나베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입력시간 : 2007/10/09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