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서민 생계까지 위협하는 건설업 위기


며칠 전 장인어른께서 오전2시에 깨셔서 걱정스럽게 장모님께 말을 건네셨다고 한다. "이 서방 회사는 괜찮은지 한번 전화해봐. 요즘 놀러 오는 것도 뜸한데." 모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뉴스를 접하신 후였다.

요즘 건설업에 근무하는 직장인은 본의 아니게 집안의 걱정거리가 되고 말았다. 지난 2008년부터 5년째 바람 잘 날 없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잠깐 회복 기미가 있었으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얼마 전까지 동종업계 모임에서 만났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타 업종으로 이직하거나 빚을 내서 조그만 가게를 차렸다는 소식을 빈번하게 접하게 된다.

국내 부동산시장이 백약이 무효한 실정에 빠졌다.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또다시 2008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됐던 금융위기와 비교하기도 한다.


정부에서는 각종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지만 시장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 물론 정부는 금융을 비롯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정책을 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백번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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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환자에게 약 처방은 무엇보다 시점이 중요하다. 감기약을 처방할 시기를 놓치면 병이 깊어져 폐렴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온 몸에 병이 퍼져 손 쓸 때를 놓친다면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무용지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번 부동산과 건설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감히 제안한다. 건설업계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아니다. 수없이 반복했겠지만 건설업은 서민들의 주머니 경제와 크게 맞닿아 있다. 이삿짐센터, 부동산 중개업소, 인테리어 업체, 심지어 흔히 보이는 중국음식점도 건설경기에 영향을 탄다. 또 수십만명의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의 생계도 달려 있다.

지난주 말 남한산성을 찾았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름값 때문에 버스를 탔다. 창밖을 바라보던 집사람이 갑자기 "어" 하고 소리를 쳤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알고 지내던 언니의 부동산중개업소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녀는 3년 전 늦은 나이로 힘겹게 부동산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중개업소를 열었다. 그런 그녀가 불과 3년 만에 직장을 잃은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은 건설업계만 바라봐달라고 우격다짐으로 조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건설업계의 목소리가 서민들의 경제를 걱정하는 간절한 몸부림일 수도 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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