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부 양보에도 선거에 발목… 연말까지 입법 표류 가능성

■ 종교인 과세 또 무산

표심자극 우려에 국회문턱 못넘어

전문가 "현행법으로 과세 할수있다"


성직자 등에게 소득세를 매기는 속칭 '종교인' 과세가 2월 임시국회의 문턱마저도 넘지 못하면서 관련 입법은 연말까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정은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 일정을 앞두고 여야가 종교계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로서는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승부를 내기 위해 당초 원칙보다 한발 물러선 양보안을 14일 제출했다. 그럼에도 결국 선거정치에 휘둘린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정부로서는 원칙을 잃고도 성과도 못 거둔 패전이 된 셈이다.

정부는 종교인의 소득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렇게 되면 종교인은 소득세를 내더라도 일종의 정부근로보조금(EITC)을 받지 못한다. EITC는 근로소득세를 내거나 사업소득세(방문판매원·보험설계원)를 낼 경우에만 정부가 세금환급 형식으로 지급하는 보조금이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가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에서 여야에 제시한 양보안은 종교인에게도 저소득층이라면 EITC를 주는 내용을 담았다. 또 기타소득이 아니라 종교인 소득을 소득세법상 과세항목으로 신설해 세금을 매기는 일종의 특혜를 주는 방침도 곁들여졌다. 종교인일지라도 저소득자라면 자녀 수와 급여액 수준에 따라 연간 최대 200만원까지 EITC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구조다. 종교인 과세를 실행해도 걷을 수 있는 세금이 최대 연간 200억원대에 불과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자칫 걷는 세금보다 EITC로 지출하는 비용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기획재정부는 한층 더 옹색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종교계가 이 같은 양보안마저 부족하다고 반대한다면 여야는 보다 더 양보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거나 아예 종교인 과세 자체를 무산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종교계를 설득해 양보안 처리를 유도하더라도 자칫 종교인이 나라 재정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EITC로 국가 재정에 짐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새누리당의 한 당료는 "솔직히 기재부가 순진했다"며 "종교계가 EITC 지급 등을 요구한 것은 소득세를 받아들이기 위한 조건이라기보다 어떻게 해서든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핑계를 대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되는데 기재부가 이를 간파하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가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정부가 원칙대로 강수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의 손을 빌려 과세하지 말고 기재부가 현행 소득세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종교인에게 과세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는 방식이다.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종교인 과세는 가능하다. 소득세법 등에 종교인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례조항이 없는 탓이다.

그럼에도 종교인 과세가 미뤄져 온 것은 기재부와 국세청이 서로 정치적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 핑퐁게임을 한 데 원인이 있다고 조세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석대로 법 개정 없이 현행 법을 활용해 과세를 추진하는 정공법을 쓸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만 종교인들 중에서 현직은 물론 노후대책도 없는 저소득층이 많으므로 미국식 모델을 도입할 필요성도 있다. 미국은 성직자들에게 소득세가 아닌 일종의 사회보장기금(Social Security)을 부과하는데 세금을 걷기 위한 것이 아닌 성직자들의 노후인생 대비를 돕기 위한 복지정책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