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영란법 통과되면…] 동사무소 기초수급 담당자인데 같은 동 친할아버지가 신청하면 인사조치

■ 이해충돌 방지

본인 통제범위 넘어서는 가족 행위까지 책임은 기본권 침해 가능성

#1. 한모씨는 한 광역자치단체에서 도로교통국장으로 근무 중이다. 지방도로 및 교통시설에 대한 발주권이 한씨에게 있다. 그런데 최근 그와 함께 살고 있는 아들이 해당 지역에서 도로건설사업을 하는 B건설 영업부에 입사했다.

둘 중 한 사람은 소속기관장(도지사 또는 대표)에게 즉시 이 사실을 알린 뒤 부서를 옮기거나 다른 업무를 맡아야 한다. 공직자인 한씨의 업무영역이 사기업체에 근무하는 아들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에는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인 또는 특정 단체의 편의를 봐주는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규제조항이 담겨 있다.


다만 여기서는 가족의 기준이 각 사안마다 다르다는 게 문제다. 정부안에 따르면 공직자의 금품수수 금지 및 사적 이해관계 직무수행 금지 등에 대해서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인척 등(민법 779조)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에 따라 거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범위를 배우자 및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존비속(부모·자녀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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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는 법안심사 자료를 통해 "가족의 범위를 사안별로 동일하게 정하는 것이 공직 수행의 엄격성을 확보하고 이해충돌 방지를 도모하고자 하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이혜미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14일 관련 보고서에서 김영란법의 규제 대상 중 가족의 범위를 전체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관은 "공직자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가족의 행위까지 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행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2. 인천광역시의 한 동사무소 사회복지과에서 근무하는 천모씨는 기초생활수급자 판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동(洞)에 거주하는 천씨의 친할아버지가 형편이 어렵게 돼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하려고 한다.

동장(기관장)이 천씨를 인사조치해야 한다. 천씨가 할아버지의 청탁을 받지 않고 정당한 절차에 따른다 해도 가족과 관련된 업무이기 때문에 직접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김영란법에는 이 같은 경우에 직무대리자를 지정하도록 돼 있다. 다른 직원이 해당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면 된다는 뜻이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2일 이러한 조치가 너무 과도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바로 옆 테이블에 있는 사람이 업무를 보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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