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언제든 꺼내 쓰는 부동자금 은행 '요구불 예금'도 급증

우리銀은 보름만에 4조나 늘어


미국과 유럽 등 대외 요인의 불안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면서 '부동 자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은행 요구불예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우리은행은 영업일 기준으로 불과 보름 만에 4조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총 145조98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7,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은 기업이나 일반 고객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예금으로 딱히 돈을 융통할 곳이 없을 때 단기적으로 돈을 넣어두기 위해 활용하는 예금이다. 이달 초 미국발 금융시장 혼란이 발생한 후 요구불예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주가급락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갈 곳을 잃고 은행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19일 기준 요구불예금이 51조82억원으로 지난달 말에 비해 무려 4조8,163억원이나 증가하면서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나은행도 약 300억원 정도 늘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1조원가량 줄었고 국민은행도 3,000억원 정도 줄었다. 우리은행의 요구불예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기업고객이 많아 큰 돈이 오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들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이달 들어 요구불예금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줄어든 것은 일반 개인 고객들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돈이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이 늘어나는 현상은 고객들이 단기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주식ㆍ부동산 등 주요 투자처의 시장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예ㆍ적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은 총 355조86억원으로 5월 말 346조55억원보다 9조원 늘었다. 정기적금 역시 지난달 총 22조683억원으로 5월 말 21조7,398억원에 비해 3,300억원 정도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는 이달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19일 정기예금이 116조5,397억원으로 이미 전달 대비 4,300억원가량 늘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저축은행이 부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안전한 금융기관을 선호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이 예대율 조정을 위해 최근 다양한 예ㆍ적금 상품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수신확대에 나선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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