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진重 "적격심사제 때문에…" 홍역

무한경쟁 입찰방식에 노조·협력사들 "최저가 낙찰제" 반발

한진중공업이 올 들어 도입한 공개입찰제도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그동안 실력이 입증된 협력업체들과 사실상 수의계약을 해오던 관례를 깨고 올해 초부터 공개입찰제도인 ‘적격심사제’를 전격 도입했다. 하지만 노조 및 일부 협력업체들은 한진중공업의 경영난을 협력업체에 전가하기 위한 ‘최저가낙찰제’라고 비난하면서 단체행동에 나서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도입한 적격심사제란 용역이나 조선기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무한경쟁입찰을 부쳐 가격ㆍ품질ㆍ납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을 하는 방식이다. 주로 건설업체들이 용역이나 기자재 협력업체들을 선정할 때 낮은 가격에 조달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조선업계는 선주사들이 가격보다 선박의 안정성과 품질력을 강조하기 때문에 실력을 인정받은 몇몇 협력업체와 수년~수십년간 재계약하며 가격만 조정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수의계약을 맺어오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기존 조선업계의 계약관행을 깨고 적격심사제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지속적인 선박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또한 매년 소수의 업체들이 견적서만 바꾸면 계약이 갱신됐던 관례를 깨고 새로운 협력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한진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특정 협력업체들이 수십년간 계약을 독차지해오면서 기술개발을 게을리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 적격심사제를 도입했다”며 “모든 협력업체에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경쟁력만 심사하는 것이 아니고 기술력ㆍ품질 등 다양한 부문을 평가해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력업체는 물론 한진중공업 노조마저 나서 이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표면상 적격심사제란 이름을 붙였을 뿐 실제로는 입찰가격이 가장 낮은 업체가 협력사로 선정되는 최저가낙찰제라는 것. 실제 지난 4월 새로운 협력업체로 선정된 J사는 두달 만에 사업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협력업체의 한 임원은 “불황기에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협력사 옥죄기’일 뿐”이라며 “수십년간 파트너사로 일해왔는데 하루아침에 도산으로 내몰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노조도 선박의 품질력마저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건설 부문 인사들이 대거 조선 부문으로 이동하면서 조선업에 적합하지 않은 건설공사 입찰제도를 도입했다”며 “최저가낙찰제는 선박품질 저하를 가져와 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중공업과 협력업체 노조는 이미 지난달 두차례에 걸쳐 새로운 조달제도에 대한 반대 집회를 열었으며 오는 23일에도 연합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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