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FRB의 유동성 공급

엘리엇 스피처 뉴욕 주지사 얘기는 잠시 뒤로 하자. 지난 11일 뉴욕 월가에서 최대 뉴스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유동성 공급 소식이었다. 그 소식에 투자자들은 의기양양한 모습을 되찾았다. 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세계 5개 중앙은행들이 동참한 이번 조치로 뉴욕증시는 급 반등세를 보였다. 이는 불안감으로 얼어붙은 시장을 녹여 촉매제가 돼야 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적절히 발휘한 정책이다. 중앙은행들은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담보로 교환해 2,000억달러 상당의 재무부 채권을 시중에 28일 만기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지금과 같이 신용경색의 후폭풍이 금융시장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투자가치를 잃은 MBS의 수요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다시 말해 유동성 공급은 금융시장의 위기의식을 잠재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기존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은행들에 국민들의 혈세를 쏟아붓는 식의 ‘구제금융’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에 공급되는 유동성은 대출이나 스와프의 형태로 단기채 위주의 임시적인 방편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책은 임시적으로 사용돼야 맞다. FRB가 MBS를 담보성 증권으로 인정한다는 데는 일종의 도덕적 해이가 묻어난다. FRB 측은 MBS의 대차대조표가 건실하다고 주장하지만 혹시 미 의회가 침체된 모기지 시장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MBS의 장기매입을 고려한다면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내놓은 ‘증권담보 국채대출 시스템(TSLF)’은 앞서 선보인 기간입찰대출(TAF)과 더불어 유동성 안정이라는 기본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즉시 철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인 것은 11일 FRB의 발표가 있은 직후 우리가 기대했던 효과가 시장에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국채(TB)시장의 불안도 가시는 기미를 보였고 모기지 채권의 스프레드(가산금리)도 상당부분 줄어들었다. 더 반가운 것은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수그러든 것이다. FRB의 메스가 금융시장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면 FRB 측도 인플레이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무리한 정책을 단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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