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부산국제영화제] 혁명의 시대를 기억하다…장이머우 ‘5일의 마중’, 탕웨이 ‘황금시대’

영화 ‘5일의 마중’

영화 ‘황금시대’

■‘5일의 마중’으로 돌아온 장이머우 감독

1970년대 중국을 휩쓴 ‘문화대혁명’은 평범한 한 가정을 산산이 부쉈다. 반혁명분자로 낙인찍혀 10여 년간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남편 루옌스(진도명 분)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수용소를 도망친다. 그러나 문혁의 공포가 중국 사회를 지배했던 당시 아내 펑완위(공리 분)은 자신을 만나러 온 남편에 문을 열어주지 못하고, 딸 단단(장휘엔 분)은 범죄자인 아버지 탓에 원하는 발레 공연의 배역을 따내지 못했다고 생각해 아버지를 당에 고발한다. 시간이 흐른 후 혁명은 끝이 났지만 한번 해체됐던 가족은 쉽사리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아내 펑이 가장 사랑하고 걱정했던 남편을 전혀 기억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돌아온 루옌스를 지척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펑완위는 ‘5일 돌아오겠다’는 남편의 말을 믿고 매월 5일 남편의 마중을 나간다.


‘인생(1994년)’, ‘산사나무 아래(2010년)’를 통해 문화대혁명 속에서 흔들리는 개인의 삶을 그려낸 바 있던 장이머우 감독은 영화 ‘5일의 마중’을 통해 다시 한 번 문혁을 시대적 배경으로 다룬다.

4일 부산을 찾은 감독은 “내가 16~26세일 때 일어난 문혁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겼던 중국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시대”라며 “문혁을 다시 말하고자 한 이유는 그 시대를 통해 인류의 보편적인 감성을 연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는 ‘시대 변화로 와해한 가정’을 보여주는데 이런 주제들은 (예술인들에게) 언제나 다뤄져야 하고 깊이 고찰해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가 담고 있는 정서는 ‘기다림’이다. 아내 펑안위가 매월 5일 남편이 돌아오길 바라며 마중을 나가는 것처럼 남편 루옌스는 아내가 언젠가 자신을 알아보기를 바라며 오랫동안 그녀의 곁을 지킨다. 감독은 “아무리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류의 희망을 ‘기다림’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며 “‘기다림의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다림 그 자체만으로도 희망이 된다는 것을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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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대’로 돌아온 배우 탕웨이

“내 이름은 샤오홍. 1911년 태어나 1942년 결핵으로 죽는다”

중국의 여류작가 샤오홍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황금시대’는 자신의 인생을 단 몇 줄로 요약해 읊조리는 샤오홍(탕웨이 분)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흑백의 화면 속에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샤오홍의 모습은 이후 180분 동안 펼쳐진 그녀의 굴곡진 삶의 드라마를 더욱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서른한 살에 요절한 천재 작가의 파란만장한 삶은 이미 중국 내에서 몇 차례 재조명됐다고 한다. 영화가 기존 작품들과 궤를 달리하는 부분은 샤오홍의 작품세계나 작가로서의 면모보다 그녀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1930년대 중국의 격변기 속에서 작가로 살아온 10년 동안 100편의 글을 써냈지만, 운명의 연인 샤오쥔에 관한 글은 단 한편도 남기지 않았다는 샤오홍. 그 사랑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있다면 그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시작점이 됐을 것이다.

영화는 마치 재연 다큐멘터리와 같은 독특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샤오홍의 지인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마치 실존 인물 인양 샤오홍에 대한 기억을 말하고 샤오쥔·루쉰 등 문인들이 실제 집필한 산문이나 소설에서 발췌한 글귀가 내레이션을 통해 읽힌다. “주변인들 각각의 시각을 통해 다른 역사의 관점, 샤오홍이라는 인물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3일 부산을 찾은 허안화 감독의 말이다.

영화는 샤오홍이 작가로 살았던 궁핍하고 고통스러운 10여년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지만, 제목은 역설적이게도 ‘황금시대’다. ‘여러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원하던 글을 쓰며 살았던 시기이기에 황금시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 시나리오 작가의 말이었다고 한다. 작품을 처음 만나는 순간 출연을 결심했다는 탕웨이는 “샤오홍은 평생 외로웠고 연인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했지만, 여성의 지위가 매우 낮았던 당시 상황에서도 원하던 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이라며 “나 역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자 하는 부분에서 그녀와 비슷하지만, 다행히 나는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나 이룰 수 있었던 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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