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계절 안 가리는 AI에 커지는 토착화 우려

한동안 잠잠하던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재발하면서 전국으로 확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강원도 횡성군과 16일 대구시 달성군에 이어 17일에는 전남 무안군의 오리 농장에서 AI 바이러스인 H5N8형이 검출됐다. 모두 전파율·폐사율이 높은 고병원성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횡성군·달성군 농가의 거위와 토종닭에 대한 살처분 조치를 완료하고 역학조사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AI는 통상 추운 겨울철에 시작돼 기온이 올라가는 5월께 사라지곤 했는데 6월까지 계속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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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지역으로 분류되던 강원도마저 뚫렸다고 하니 심각성이 더하다. AI 발생 농가가 다른 곳보다 기온이 낮은 강원도 산속에 있다 보니 바이러스가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예년의 경우를 보면 설득력이 약하다. AI가 토착화돼 계절이나 지역에 상관없이 기승을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든다. 이번 AI 발생은 지난달 23일 전남 담양의 오리 농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 20여일 만이다. 이 때문에 5월을 넘기면서 방역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농식품부는 "AI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던 가창오리 등 철새가 거의 북상하고 기온도 오르고 있어 추가 확산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6월 중 AI 종식 선언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일러야 7월에나 AI 종식 선언이 가능하고 청정국 지위 회복도 9월 말께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당국은 더 이상 AI 추가 발생이 없도록 가금농가에 대한 일제 정밀조사와 추가 방역대책을 빨리 세워야 한다. 차제에 AI 종식 선언이나 청정국 지위 회복 시점에 집착하기보다 사시사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상시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신경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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