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세기, 기이하고 방탕했다

에너지소비량 19세기의 13배… 화석연료에 훼손된 환경…<br>■ 20세기 환경의 역사 (J.R. 맥닐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



환경적인 측면에서 20세기는 소란스러웠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100년간 소비한 에너지 총량이 19세기의 13배에 이르렀고 이산화탄소 방출량은 17배, 아황산 가스 방출량은 13배나 증가했다. 연어는 더 이상 화학물질로 찌든 하천을 거슬러 상류로 가지 않았고 공업지대를 뒤덮은 공기는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한 검댕으로 채워졌다. 역사학자인 J.R. 맥닐 박사는 심각한 생태적 변화를 불러온 사건들이 수없이 많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20세기를 '기이한 세기'이며 에너지를 남용했던 '방탕한 세기'라고 규정한다. 20세기는 또 인류역사를 통틀어 경제적ㆍ사회적ㆍ정치적으로 급속한 변화와 성장을 수반한 유일한 시기이기도 하다. 1950년대 전세계 연간 GDP는 1500년 추정치(2,400억 달러) 대비 20배로 성장했다. 이 같은 수치는 도시의 발전과 인구증가 속도와 비례한다. 1500년께 4억~5억 명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인구는 1900년 16억 명으로 3세기 동안 4배 정도 늘어났으나 2000년 말에는 거의 60억 명에 근접했다. 한 세기 만에 4배로 늘어난 것이다. 문명의 발전은 에너지 사용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1900년 에너지 사용을 100이라고 한다면 1800년 에너지 사용은 31인 반면 2000년의 에너지 사용은 1,25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한 세기 동안 GDP는 15배, 인구는 4배, 에너지 사용량은 13배 정도 늘어나면서 환경문제가 전례 없이 심화했다. 저자는 환경파괴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인구와 경제발전 이외에도 도시화ㆍ에너지ㆍ과학기술ㆍ경제ㆍ사상ㆍ정치 등 7가지 주제에 포커스를 맞췄다. 저자는 그간 일반적인 예로 지목됐던 인구증가는 환경훼손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20세기 후반에 심화된 열대지방의 삼림파괴는 인구증가와 상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구성장보다는 에너지 체제, 과학기술발전, 경제 체제가 더 큰 원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사회경제적 요인과 환경변화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위해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의 환경을 비교했다. 20세기 전반 인류는 이미 심각한 환경오염을 경험했지만 대부분 선진국들은 그 피해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 반면 중국ㆍ멕시코ㆍ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환경오염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좋은 사례다 책은 제국주의ㆍ탈식민지화ㆍ민주화 등 정치적 동향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도 제시한다. 19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경영은 환경파괴의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민주화가 번졌던 20세기 후반에도 환경파괴는 계속됐다는 점을 저자는 놓치지 않는다. 민주화는 산업재해나 핵 관련 사안 등 정치적 포퓰리즘에 활용할 만한 환경 문제에만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을 뿐 토양 침식, 생물다양성 감소 등 지속적인 정책을 펼치지 못한 점을 민주주의 정치진영의 한계로 지적한다. 저자는 정책 입안자들이 자신의 준거기준으로 현재에 두지 말고 멀리 내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환경은 정치ㆍ경제 체제와 깊은 관계가 있는 만큼 역사학과 생태학의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제간 경계를 넘어 통섭의 묘미를 살려 지난 100년간을 되돌아보면서 미래 환경정책의 해법을 찾으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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