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광적 투기가 금융위기 부른다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찰스 칸들버거 외 지음. 굿모닝북스 펴냄)<br>투기수익이 금융비용 감당못할땐 파국 전세계로 확대<br>"최근 美경제상황, 빚내서 빚갚는 중남미와 유사" 경고도



광적 투기가 금융위기 부른다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찰스 칸들버거 외 지음. 굿모닝북스 펴냄)투기수익이 금융비용 감당못할땐 파국 전세계로 확대"최근 美경제상황, 빚내서 빚갚는 중남미와 유사" 경고도 권홍우 편집위원ㆍ hongw@sed.co.kr '공황(panic).' 끔직한 단어다. 당장 IMF(국제통화기금) 위기가 떠오른다. 고생 끝에 겨우 안정을 찾았다고 여겼는데 집 값이 난리다. 오죽하면 '미쳤다'는 표현을 쓸까. 부동산 뿐 아니라 새천년 벽두에는 코스닥 열풍에 수많은 투자자들이 재산을 잃었다. 죽지 않는 다년생 잡초처럼 출렁거림과 위기가 왜 반복될까. 위기가 갖는 끈질긴 생명력의 바닥에는 탐욕과 광기가 깔려 있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광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광기와 호황-불황-붕괴로 이어지는 과정이 국제적으로 밀접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없다.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예방접종에 해당될 참고서는 있다. 새 책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가 그 것. 사례 별로 위기의 생성과 전파, 파국과 극복 과정이 생생하게 나온다. 저자 킨들버거(Charles P. Kindleberger)의 이름 만으로도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 킨들버거는 2차대전 직후 미국의 유럽경제부흥을 위한 대규모 원조인 '마샬플랜'을 기획하고 MIT대학 경제학 교수로 33년간 재직하다 2003년 타계할 때까지 30권의 저술을 남긴 국제경제학, 경제위기론의 대가. 국내에 번역 소개된 '대공황의 세계', '경제강대국 흥망사'는 경제관료들과 최고경영자들의 애독서로 손꼽힌다.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는 킨들버거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작품. 1978년에 초판이 나왔지만 국내 번역판은 로버트 알리 시카고대 교수와의 공저판으로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거쳐 미국 나스닥 버블로 연결되는 과정을 추가시킨 5차 개정판이다. 킨들버거는 금융위기를 피라미드 사기, 폰지금융(30~40%의 고금리를 제시해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순식간에 규모가 커지지만 새로 유입되는 투자자가 없으면 바로 망해버리는 사기금융수법), 연쇄 편지를 이용한 금융사기와 비슷한 맥락으로 간주한다. 끝 없이 오를 것 같은 투기대상에서 나오는 수익이 신규유입(주로 대출)의 비용(이자)을 감당할 수 없을 때 파국이 오며, 거미줄처럼 연결된 국제금융망을 타고 전세계로 증폭된다는 것이다. 책은 쉽지 않다. 내용이 워낙 빡빡하기 때문이다. 17세기 화폐변조시대에서, 네덜란드 튤립 거품, 1929년 대공황을 거쳐 21세기 나스닥 위기까지 무려 48개의 금융위기의 전말은 물론 시대별 문학작품까지 곁들여 그려져 있다. 킨들버거 특유의 난해함까지 더해져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부록으로 딸린 '1618~1998년 금융위기 유형의 개요'를 대조하며 내용을 음미하는 수고를 들인다면 경제사의 뒷면을 꿰뚫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는 지식의 보고다. 미래 예측도 은유적으로 담겨 있다. 미국경제의 요즘 상황이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중남미 경제상황과 비슷하다는 귀절이 위기에 대한 조심스런 경고로 들린다. 527쪽ㆍ값 1만9,800원. 입력시간 : 2006/11/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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