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투자-성장-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창업 생태계는 미국에서 일반화된 형태다. 1968년 창립한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은 중소ㆍ창업기업에 매년 1억달러 이상을 쏟아붓는다. 1984년 직원 2명의 벤처기업에서 미국 최대의 네트워크 업체로 성장한 시스코도 초기 기업에 50억~100억원씩 투자하고 있다. 김윤종(미국명 스티브 윤 김) 전 자일랜 사장처럼 회사 매각 후 벤처투자자로 돌아선 이도 부지기수다. 벤처 투자를 통해 자신은 미래의 기회를 얻고 벤처에는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풍토가 정착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벤처가 후발 기업에 투자나 노하우 전수에 직접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다. 창업주들이 자신이 이룬 성과를 공유하기보다 '내 것'으로 소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가 혁신과 공생 발전보다 마케팅과 사업확장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무늬만 벤처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대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벤처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선 카카오의 선택은 그래서 신선한 도전이다.
창업기업은 자금과 경험 모든 게 부족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와 같은 기업이 도움을 준다면 실패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떠안고 있는 창업-투자-회수-재투자의 중간고리를 민간기업이 이어준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카카오의 결단이 모범사례로 정착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야 한다. 창업을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만들기 위해서 제2, 제3의 카카오가 나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