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전경련 쇄신 늦추지 마라


시무(時務)라는 말이 있다. 그 시대에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일을 뜻한다. 더 나아가 당세에 가장 필요한 일에 힘을 쓰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당대는 물론 후대로부터 추앙을 받는 영웅들의 공통점은 주변의 흐름을 잘 살펴 판단하고 집행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역사를 봐도 시무를 잘 아는 사람을 으뜸으로 친다. 신라시대에 개혁안 '시무 10조'를 올린 최치원, '시무 28조'를 만든 최승로를 '목숨을 던져 세상을 바꾼 지식인'으로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굴리는 힘도 시무를 아는 사람이 곳곳에 있어 가능했다. 시대의 흐름을 잘 읽는 특출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레바퀴의 속도가 배가됐고 그 시대는 번성했다. 시대흐름 거스르면 패가망신 반대의 경우를 보자.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면서 억지로 격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남는 것은 패가망신밖에 없었다. 시대가 주는 분위기와 사명을 정확히 읽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 집과 조직이 망가지는 형국이 된다는 얘기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모습이 바로 이 모양새다. 시대의 형세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나아가고 물러서야 할 방향을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쇄신을 요구했는데도 전경련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정병철 상근 부회장이 "개혁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는 회원사와의 소통 부족, 정부 정책과의 조율기능 부재로 세간의 입방아에 올라 있는 사실을 외면하면서 현재 전경련은 잘하고 있으니 참견하지 말하는 뜻이다. 또 더 이상 회원사는 물론 시대와 소통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정말 상식에 어긋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이승철 전무와 함께 전경련 쇄신의 제1타깃으로 꼽히는 그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는 경박한 언행과 독선적인 태도로 국민은 물론 회원사의 반발을 사왔다. 이런 사실을 뒤로한 채 '안하무인(眼下無人)'의 행동을 계속한다면 자신은 물론 전경련까지 망가지는 저주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 전경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대가 주는 사명을 정확히 읽어 진퇴를 잘 정하는 일이다. 지난 50년 동안 국가 경제 발전의 훌륭한 조언자이자 실물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전경련이 시대적 위상과 기능을 제대로 읽어 그에 맞지 않는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상식이 통하게 하면 된다. 서로 의견이 달라도 얘기가 통해야 상식이지만 현재 전경련에는 몰상식한 몇몇 인사 때문에 나의 상식과 너의 상식이 따로 놀고 있다. 전경련의 쇄신 요구가 빗발친 것도 상식 실종에서 비롯됐다. 상식이 없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비상식적인 사람 정리 선행을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시대의 요구에 맞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으면 된다. 그 시작은 사무국 개혁이 돼야 한다. 특히 독선과 전횡으로 상식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고위 인사를 서둘러 교체하는 것이 급선무다.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며 사리(私利)와 사복(私腹)을 채우려 한다면 그들을 공인(公人)이라고 할 수 없다. 공인은 물러날 때 결연히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조직이 산다. 공인의 역할을 부정하는 사람이 계속 남아 있다면 시대가 바라는 전경련의 쇄신은 이뤄질 수 없다. 쇄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창립 50주년을 알리는 기념 리셉션을 여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 만약 다음달 5일 열리는 행사 이전에 '전경련 시무 ××조'가 나올 수 있다면 천만다행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최소한 공인의 사명을 저버린 사람들만이라도 정리해야 한다. 그것이 기념 리셉션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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