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공모전 폐인' 급증
"취업에 유리"…합숙 훈련에 휴학도 불사지난해 무려 1,610개에 수백대 1 경쟁도실제 '입사 특전'은 10개중 1개조차 안돼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co.kr
H대학 윤모(23)씨의 별명은 '공모전 폐인'이다. 30회가 넘게 광고ㆍ마케팅ㆍ해외탐방 등 각종 공모전에 응모했고 세번 수상했다. 윤씨는 벌써 1년째 휴학을 하고 공모전만 준비 중이다. 학기 중에 학점관리와 공모전 준비를 같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윤씨는 "학교가 좋은 것도,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오직 공모전만 믿고 있다"며 "취업에서는 화려한 이력서로 승부를 걸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업에 대한 불안감과 강박감으로 각종 '공모전'에 집착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토익ㆍ학점과 함께 공모전이 취업의 주요 조건으로 떠올라서다. 이런 이유로 휴학을 하고 공모전을 준비하거나 수상을 위해 합숙까지 하는 등 대학가 곳곳에서 '공모전 폐인'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공모전 열풍'을 바라보는 시각은 불안하다. 공모전이 실제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과 젊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대학생 공모전이 취업 수단으로 변질되며 본 취지를 잃고 있다는 비판이다.
22일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대학생 지식포털 캠퍼스몬(www.campusmon.com)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610건의 공모전이 열렸다. 제일기획ㆍ대홍기획 등 유명 광고회사가 진행하는 공모전은 경쟁률만 500대1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공모전을 검색할 수 있는 캠퍼스몬의 방문자 수는 월 평균 56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되는 공모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난 한해 동안 캠퍼스몬에 등록된 공모전을 분석해보면 1,610건 중 입사에 가산점을 주는 공모전은 158개로 10개 중 1개도 채 되지 않았다.
또 홍보ㆍ판촉 등 이벤트성 공모전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며 공모전의 '격'도 떨어졌다. 대학생 공모전 전문 사이트 대티즌닷컴(www.detizen.com)의 한 관계자는 "처음 시작하는 공모전이 70%를 넘는다"며 "기업이 새로운 상품 홍보를 위해 1회성 이벤트로 실시하는 공모전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신생 공모전에서는 폐해도 심각하다. 수상작을 아예 미공개하거나 인맥 수상을 하는 등 심사가 불투명하고 접수작품이 없다고 마감일을 늦추거나 출품작 전체에 저작권을 요구하는 등의 횡포가 문제로 꼽힌다.
취업 전문가들은 자신의 진로와 공모전의 인지도를 고려해 신중하게 도전하라고 충고한다. 캠퍼스몬의 한 관계자는 "놀랄 만큼 다수의 공모전에 수상한 사람도 많은데 일관된 분야라면 면접에서 '뜻한 바 있어'라는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중구난방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은 수상 자체에 급급했다는 인상만 줄 뿐"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2/22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