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조기 통합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분으로는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내세웠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의 발로이자 수익 개선을 위한 돌파구로 하나·외환의 조기 통합을 내세운 셈이다.
당초 예정된 통합 일시는 오는 2017년 2월로 통합까지는 2년6개월가량이 남아 있다. 통합 논의와 절차 등을 감안할 때 최장 2년가량을 앞당겼다고 할 수 있다.
김 회장으로서는 외환은행 노조의 저항이 불가피할 것을 알면서도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김 회장은 3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일본 미즈호그룹의 경우 3개 은행으로 나뉘어 운영되는 형태에서 2013년 원뱅크 체제로 전환했다"며 "(우리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이러한 구상은 그룹 전체의 이익 감소 흐름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외환은행의 2013년 당기순익은 3,600억원으로 2년 전에 비해 58% 급감했고 하나은행 역시 같은 기간 43%가량 당기순익이 감소했다. 반면 하나금융이 극복 대상으로 꼽는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순익 감소율이 40% 정도다.
이우공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은행의 핵심이익(이자이익+수수료이익)이 2년 사이 크게 줄면서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현재의 이익구조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3년 후 당기순익이 신한은행에 비해 반 토막 수준으로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만큼 현실 인식이 절박하다.
인도네시아 통합법인 활약상도 조기 통합론의 배경이다.
이날 오전 인도네시아 출장에서 돌아온 김 회장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직원들과 한인회 회장, 대사, 고객 등을 만나보니 진작 합치는 게 좋았을 것이라는 긍정적 얘기를 들었다"며 "올 3월 통합한 인도네시아 법인은 연말께 이익 증가율이 42%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간 통합법인은 올해 내에 출범할 것임을 낙관했다. 동시에 통합카드사가 그룹 내에서 차지하게 될 역할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나타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이 바로 카드사로 지난해 실적만 놓고 보면 신한은행과 실적 격차가 거의 없었는데 카드 부문에서만 1,400억원 정도가 벌어졌다"며 "카드사를 통합해 비용 절감 및 점유율 확대에 나서면 신한금융그룹과의 격차를 금세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예상을 깨고 조기통합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장벽은 여전히 높다.
일단 조기통합은 지난 2011년 외환은행 노조와 함께 작성한 노사정합의서에 어긋난다.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통합카드사 가처분 신청은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은행통합은 합의서에 적시돼 있는 만큼 사정이 다르다.
결국 조기 통합이 실현되려면 노조의 대승적 양보가 필수다. 노조의 반발이 뻔한데도 통합론을 꺼낸 것은 그만큼 경영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표시임과 동시에 카드 통합과 맞물려 '원뱅크' 논의도 수면 위로 올려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임기(내년 3월) 안에 통합 작업을 가시적으로 할 필요가 있고 (통합 논의에 따른 노조의 강력한 반발과 파열음으로) 본인이 설령 연임을 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후임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