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상상이 상상을 낳고


백범(白凡) 김구 선생이 환생했다. 극심한 좌우 대립과 혼란의 해방정국에서 통일과 문화강국을 외치다 총탄에 스러졌던 백범은 다시 찾은 남한의 발전상을 보고 감격한다. 세계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식민지와 분단·전쟁으로 폐허가 된 미개발국이 특유의 근면과 열정으로 전광석화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에 후손들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해방 이후 70년이 되도록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분단 국가로 남아 남북 대립은 물론이요, 이를 놓고 정파와 사회단체들이 이념적·사회적으로 남남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한없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말한다. 지금은 세계 역사상 한반도의 문명사적 전환기에 있어 집안싸움을 할 때가 아니라고. 해방 직후 한반도는 주체적으로 나아갈 수 없는 조각배였다. 외세에 의해 해방돼 신탁통치에 들어갔고 세계적으로 광풍처럼 불었던 공산-자본 진영 간 이념 실험터가 돼버리면서 분단의 질곡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공산주의 실험의 실패로 남북 체제경쟁은 끝난 지 오래다. 신자유주의로 포장되며 영원할 것 같았던 서구 자본주의도 탐욕과 무질서로 내재적 한계를 노정했다. 서세동점을 맞아 150년 전 반식민지로 전락했던 중국이 급부상하며 미국과 함께 세계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기울었던 동양문명이 재조명되며 서구문명과 대립과 조화를 모색하는 초입에 들어섰다.

지금은 한반도 문명사적 전환기


19세기 탈아입구를 표방하며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던 일본은 제국주의 시절 그릇된 침략의 역사를 반성 못하며 헤게모니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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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차대한 세계사적 흐름의 전환 시기에 한반도는 문화적·인문학적 힘을 통해 분단이라는 쌍생아를 극복하고 남한 사회의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백범은 역설한다. 남한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했으니 이제 한반도 문명을 만드는 성숙한 발전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물질적으로 제도적으로 측량할 수 없는 것이라 지난하다. 30여년의 압축성장으로 물질적 기반은 마련했지만 서구 선진국이 르네상스 이후 수백년에 걸쳐 완성한 문화와 문명은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는 단기적 물질 성장과 그에 걸맞게 문화가 성숙하지 못하는 불일치를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고 표현했다. 이른바 문화지체 현상이다. 지난 30년대 군수 산업을 기반으로 한 나치 정권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성숙한 문명의 부재가 2차 대전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남한 국민은 문화지체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문화와 진정성 운동을 벌인다. 저성장·고령화를 맞아 이제 노동·자본을 투입해 성장하는 시대는 지났고 정부·기업·노동자 등 각 층간 신뢰를 회복해 무형의 사회적 자산을 만들어가는 것이 국민 행복과 성장의 열쇠라는 것을 자각한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을 자랑하는 남한 국민은 모바일로 소통하며 대의 민주주의를 실천 못하고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에 갇혀 민본을 실천 못하는 정치인을 낙마시킨다. 이러다 보니 문창극 총리 지명자에 대해 친일 반민족주의의 주홍글씨를 뒤집어씌우고 유우성 같은 간첩 조작 사건의 희생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인문화로 문화지체 극복해야

IT 발달에 따른 인터넷 소셜 확산으로 남한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 원형이 복원된다. 이 같은 민주·민본의 정치는 북한으로 외연을 확장한다. 한반도 문명을 만들어가자며 남북은 경제·문화·인문 교류에 나선다. 북한 인민은 '주체'라는 이름으로 민본을 외면한 거짓 혁명을 해왔음을 깨닫는다. 남북한이 하나의 경제·문명권으로 통합되며 끊어졌던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이 연결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예측했던 것처럼 한반도가 해양 경제권과 대륙의 경제권을 잇는 중심 허브로 부상하며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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