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능 물리Ⅱ 복수정답 인정… 사상초유 사태

수시 합격자 재선발·전형일정 혼란 불가피<br>'등급 바뀐 학생' 정시 접수 28일까지 연장

"죄송합니다" 정강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4일 오후 2008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영역 물리Ⅱ 11번 문항에 대해 복수정답을 인정한다고 발표한 뒤 학부모들과 수험생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조영호기자

2008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전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수능시험의 정답이 번복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정답 번복으로 등급이 바뀌는 학생들은 물론 다른 수험생들의 대입지원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이미 수시모집 합격자를 발표한 대학들은 재사정을 통해 합격자를 다시 선발하고 현재 진행 중인 정시모집 전형 일정을 연장하는 등 2008 대입 전형에 일대 혼란이 벌어지게 됐다. ◇물리Ⅱ 11번 복수정답 인정=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4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물리Ⅱ 11번 문항에 대해 기존 정답인 ④번 외에 ②번도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정강정 평가원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물리학회는 해당 문항에 오류가 있다면서 학생의 교과과정에 대한 이해수준에 따라 정답이 두개일 수 있다고 지적했으나 평가원은 고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볼 때 문제와 답에 이상이 없다고 못박았었다. 그러나 수험생과 학부모ㆍ학계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이날 전격 입장을 선회했다. 평가원은 기존 등급 커트라인은 유지하고 해당 문항에서 ②번을 정답으로 선택한 학생들이 복수정답 인정으로 등급이 상향 조정될 경우 26일 오전까지 성적표를 재발부하기로 해 물리Ⅱ를 선택한 나머지 학생들이 이로 인해 등급이 내려가는 피해는 보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평가원은 복수 정답 인정으로 등급이 뒤바뀌는 수험생이 물리Ⅱ 과목 응시생 총 1만9,597명 중 1,000여명가량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등급 조정 대상자 구제방안은=복수정답 인정으로 물리Ⅱ를 선택한 학생들의 등급 조정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교육부는 이날 해당 학생들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합격자가 발표된 수시모집의 경우 새로 통보된 성적 등급으로 수시모집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하면 모집인원과 관계없이 합격자로 선발하도록 각 대학에 요청할 예정이다. 또 현재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진행되고 있는 대학의 경우 물리Ⅱ 등급이 조정된 학생에 한해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28일까지 연장해주기로 했다. 해당 학생이 이미 원서를 접수했다면 원서접수를 취소하고 다른 대학ㆍ학과에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교육부는 또 평가원과 공동으로 비상지원팀을 구성, 등급이 조정된 학생의 대입지원 애로사항에 대해 지원하기로 했다. 비상지원팀 연락처는 교육부 (02) 2100-6515~6521, 평가원 (02) 3704-3672, 3675다. ◇일대 혼란 불가피=이 같은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대입전형의 ‘대혼란’이 예상된다. 우선 물리Ⅱ의 등급이 바뀌는 학생들은 조정된 등급에 맞춰 지원 학과와 대학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주요 상위권 대학의 경우 2008 대입 전형에서 수능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1등급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Ⅱ를 선택하지 않은 다른 수험생들도 영향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과학탐구 영역은 물리Ⅱ 포함, 8개 과목 중 최대 4과목을 선택해 응시하게 돼 있기 때문에 생물Ⅰ 등 다른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도 이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인문계 학생들이 자연계 학과로 지원하기는 어려워도 자연계 학생들이 인문계 학과로 지원하기는 쉬운 대학들도 많기 때문에 복수정답 인정에 따른 파장은 수험생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정시모집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상황이 종료된 수시모집 합격자까지 다시 추려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 대학들도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물리Ⅱ 11번 문항뿐 아니라 화학I 5번과 윤리 7번 등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형평성 차원에서 이들 문항에도 정답 재확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다음은 이명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 연구관리처장과의 일문일답. ▦복수 정답을 인정할 경우 등급이 오히려 떨어지는 학생들도 있을 텐데…. -수시전형이 이미 끝난 상황에서 등급을 바꾸게 되면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등급이 상향 조정되는 학생들에 대해서만 성적표를 재발부하겠다. ▦등급이 하향 조정돼야 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 아닌가. -이미 수시전형 결과가 다 나온 상황이다. 등급 상향 조정으로 인해 추가 합격하는 학생은 극소수일 것으로 보여 이미 합격한 학생들의 피해는 없을 것이다. 교육부와 대학에서 구체적인 후속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9등급 비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닌가. -등급이 일부 뒤바뀌는 학생들이 있다고 해서 9등급 표준비율이 무너지진 않는다. 등급 분포 곡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성적표가 다시 발부되려면 얼마나 걸리나. -원래대로라면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내일 모레 끝나는데 교육부와 대학이 실무적인 협의를 거쳐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성적이 바뀐 학생들이 원서접수 마감일에 걸려 피해를 보지 않도록 원만한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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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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