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정부패 척결' 경제 살리기 위한 것이라지만

정부가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공공과 민생, 경제·금융 등 3대 분야에 대한 부정부패 척결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20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회의'를 열고 국가 발전과 민생안전, 경제 살리기의 근간을 해치는 적폐(積弊) 청산에 집중하기로 하고 3대 분야에서 우선 추진과제를 선정해 즉시 실행하기로 했다. 또 부패척결 작업의 종료 시점을 두지 않고 기관별 성과목표를 정하지 않기로 하는 등 이번 기회에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에서 나타났듯이 사회 전반의 부패 관행이나 적폐를 해소하지 않으면 어떤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사회 일각에서는 전방위적인 사정 국면 확대가 자칫 경제 살리기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이다. 추 실장은 이에 대해 "당면한 경제 살리기를 위해"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 "시대적 과업"이라면서 부패척결 작업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환부만 정확히 제거해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국민 생업행위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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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사정작업 전반의 흐름이 본의와 상관없이 경제·사회 전반의 정상적 활동을 상당히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부패척결을 강조한 12일 이완구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 다음날 포스코건설의 압수수색이 있었고 이어 한국석유공사와 경남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비리 의혹으로 수사범위가 넓혀졌다. 여기에 신세계그룹·동부그룹·SK건설·롯데쇼핑 등도 수사선상에 오르다 보니 경제계는 다음 타깃이 자신들일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납작 엎드려 있다. 또 우리 기업과 경쟁하는 해외 기업들이 이런 상황을 호기로 삼아 우리 기업을 추월하겠다며 벼르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른 것을 바로잡는다는 사정(司正)의 명분은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의 부패척결 작업이 한점 의혹이라도 받는다면 곧바로 사정의 칼날은 무뎌지고 그 결과에 대한 국민 동의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최근 여러 차례 봐왔다. 정부는 이런 점을 명심해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없으면서 국익의 관점도 놓치지 않는 부패척결 작업에 나서기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경제 살리기의 근간을 해치지 않고 국가 백년대계의 골조를 다시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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