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능 오류 피해자 구제한다지만…] 하향 지원자 대책 빠져 논란… 편입학 협의도 남아

4800여명 등급 상승 추산… 최종 합격자 수백명 그칠듯

개인별 위자료 소송 가능성도… "책임소재 철저히 규명" 지적

황우여(왼쪽)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4학년도 수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 오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 오류와 관련해 소송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 전원 구제를 결정한 것은 더 이상의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 1년간 마음고생을 한 학생과 학부모들도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조치"라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구제안에는 등급 하락을 예상해 정시에서 하향 지원한 경우에 대한 구제 방안이 빠져 있는데다 다른 대학에 진학한 피해 학생이 편입학을 원할 경우 해당 대학과의 협의 절차도 남아 있어서 앞으로도 논란이 예상된다. 2015학년도 입학전형이 진행되는 시기에 전년도 입학전형을 다시 진행하게 된 대학들의 행정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초유의 재채점 사태로 가장 관심을 받는 부분은 이번 등급 재산정에 따라 추가 합격자가 몇 명이나 발생할지 여부다. 주요 대학들이 수시 합격의 전제 조건으로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번 세계지리 재채점은 내신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수시와 수능 성적으로 뽑는 정시 전형 모두에 영향을 준다. 지난해 세계지리 과목에 응시한 3만7,685명 가운데 주요 대학의 수능 최저등급 요구선인 3등급 이내에 드는 인원은 9,148명 수준이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주요 대학을 상대로 일부 시뮬레이션을 거쳤다"면서도 "문항 오답자 1만8,884명 가운데 약 4,800명의 등급 상승이 추정되나 대학과 학과별로 수능 점수의 반영 기준과 비율 등이 모두 달라 합격자 수를 속단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투스청솔과 유웨이중앙교육 등 입시교육 업체들은 이번 구제안으로 혜택을 받게 되는 학생 수가 최대 수백 명에 그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투스청솔은 "대학 수시 전형 가운데 탐구 영역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는 대학은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정도"라며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시에서도 구제 대상은 지난해 불합격자로 국한돼 구제 가능한 학생들은 최소 수십 명에서 최대 수백 명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또 이번 발표안에는 당시 확정된 정답에 따라 등급 하락을 예상하고 정시에서 하향 지원한 학생들에 대한 구제책은 빠져 있다. 탐구영역의 선택과목 간 유불리를 막기 위해 도입된 '변환표준점수제'가 기타 과목과 해당 수험생에 미친 영향 역시 배제돼 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해당 학생의 구제안은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한다"면서도 피해 입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추가 구제에는 난색을 표했다.

등급 재산정과 대학별 사정 결과에 따라 구제 혜택을 받게 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수험생들의 수시 지원 횟수는 6회, 정시 횟수는 3회로 추가 합격자 가운데 일부는 다른 대학 1학년에 이미 재학 중일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는 해당 학생이 학교를 옮기기 원할 경우 정원 외 입학보다는 정원 외 편입학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통상적인 편입학이 2학년을 마치고 이뤄지는 만큼 대학 측과 조율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학들이 교육부의 뜻대로 고분고분 응해줄지는 미지수다.

구제책과는 별개로 개인별 소송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수능 정답 결정 처분 취소소송을 대리한 임윤태 변호사는 "(법원 판결로) 문항 오류가 밝혀지고 교육부와 평가원도 이에 동의한 만큼 피해 수험생들의 위자료 청구 소송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교육계는 반복되는 출제오류 사태를 막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입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문항 오류 사태를 불러일으킨 책임 소재를 규명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당시 책임자의) 법적 책임 또는 행·재정적 책임은 법의 규정에 따라서 엄정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